LA는 세계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요리 전시장이다. 다양한 요리 안에는 각 나라의 고유한 맛과 향 그리고 독특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국제적인 쉐프들의 국적도 다양하고 각기 문화가 다른 음식들이 만나 '퓨전'을 이루는 곳 LA.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인 2세 쉐프 '윤상'씨의 새로운 아시안 퓨전식 스타일과 유럽식 펍 스타일을 만나봤다. 동남아풍의 다양한 향과 입에 딱 감기는 감칠 맛이 새로운 향미의 세계를 터치한다. 그리고 일과를 마친 후에 새롭게 열리는 낭만의 공간이 거기에 있다.
세련된 오리엔탈의 품격: '룩손' ( LUKSHON )
입구에 들어서자 '심플하다 . 정갈하다. 고급스럽다'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은색의 금속 프레임과 짙은 혹은 연한 나무의 색감이 모던함의 진수를 표현하고 있었다. 'LA 위클리'지에서 표현한 것처럼 '엣지있는 컨셉의 대명사'라 할 만큼 곳곳에 윤쉐프의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감각이 묻어났다. 투명한 호리병에 은색 캡이 씌어진 스파클링 물병부터 로고가 새겨진 개인 냅킨 하얀 도자기 그릇 반짝이는 수저에 이르기까지 마치 잡지책에 나오는 식탁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은색의 커다란 후드가 번쩍이는 주방은 완전 오픈형이다. 주방 자체도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라 느껴질만큼 깨끗하고 반들반들하다. 손님을 향한 주인의 자신감이 좌르르 묻어난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작은 접시'(Small Dish) 메뉴들을 주문했다. 작은 접시들이 차례로 나오는데 정말 먹기도 아깝다. 일단 양이 작고 눈을 호강시키는 프랑스 요리를 연상케 한다. '하와이안 버터피쉬'는 맛도 모양도 예쁘다. 화이트 피쉬로 짐작되는 스시에 '라우 람'이라는 베트남 허브가 들어간 소스 수박 피클과 다이칸(아시안 무)의 독특한 고명이 어우러져 입에 넣는 순간 스시는 사르르 녹아버리고 고명은 아삭 씹힌다. 후회없는 선택의 맛이다.
'소프트 쉘 크랩'은 작은 크랩을 바삭하게 튀겨서 통째로 내는 요리다. 그 유명한 인도네시아 땅콩소스와 베트남 피쉬소스가 믹스된 맛이 새콤달콤 고소하다. 크런치한 껍질이 씹힐 때 소리까지 바삭하다.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옥수수 알갱이들이 사이드 디쉬로 곁들여진다. '스파이시 치킨 팝'은 버팔로 윙을 앙증맞게 디자인하여 인도네시아 간장소스로 버무려 짭쪼름하다. 중국 쓰촨의 알후추의 알싸하고 매콤한 향취가 맛을 돋우어준다. 여기에 구수하고 찰진 '올게닉 쟈스민 라이스'를 함께 먹으면 양으로는 적당하다. 포만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두부 누들'은 코코넛같은 카레 소스와 쫄깃한 면이 잘 아울리고 '차잎'으로 만든 샐러드는 어린 잎사귀들 위에 왕새우가 곁들여지고 상큼한 소스로 버무려진다.
'룩손'의 맛은 감칠 맛이다. 어떤 메뉴를 주문하더라도 야무진 맛을 가지고 있다. 한인 쉐프가 운영하지만 방문객은 거의 외국인들이다. 전혀 낯설지 않으면서도 이국적인 맛과 분위기를 원한다면 '룩손'이 딱이다.
▶주소 : 3239 Helms Ave Culver City
▶전화 : (310)202-6808
▶홈페이지 : www.lukshon.com
유러피안 스타일 펍 레스토랑 : '파더스 오피스' (Father's Office)
수십 가지의 생맥주와 '오피스 버거'로 유명한 유럽 스타일 펍 레스토랑 '파더스 오피스'. 1호점인 산타모니카점은 투박한 운치가 있고 컬버시티의 2호점은 넓고 시원스럽다. 한낮의 더위가 뉘엿뉘엿 지고 파르스름한 밤하늘이 머리 위에 뜰 때쯤 레스토랑 바깥에 즐비한 테이블에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힌 맥주 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꽃이 만발하다.
대표 메뉴인 '오피스 햄버거'는 수제 햄버거로 신선한 고기를 쓰기 때문에 미디엄 정도로 먹는 것이 제 맛이다. 약간 길죽한 프렌치 스타일의 번 속에 달착지근한 양파와 꼬릿한 치즈 그리고 초록잎의 쌉쌀한 루꼴라가 듬뿍 얹혀 나온다.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이 주룩 흘러온다. 버거도 멋진 요리가 될 수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햄버거와 잘 어울리는 스위트 포테이토가 일품인데 바삭하게 튀겨진 고구마 튀김을 치즈를 곁들인 아이올리 소스와 함께 먹는다. 파더스 오피스에서는 절대 토마토 케찹을 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Smoked Eel'이라 불리는 훈제 장어요리는 깔끔하게 구운 장어 위에 노른자가 통통한 수란을 얹고 홀스 레디쉬를 샐러드처럼 그 위에 놓는다. 노른자를 터트려 장어와 함께 먹는 맛도 묘하다. 마늘과 타임 등을 곁들여 감칠맛 나게 볶은 '스페니쉬 스타일의 버섯'도 맥주와 잘 어울린다. 가끔 헐리웃의 유명인들이 들러간다는 후문이 있을 만큼 매니아가 많은 집이다.
더운 늦여름 가벼운 맥주 한 잔과 LA 명품 햄버거를 함께 즐기는 낭만은 한 줄기 바람처럼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