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륙한 대한민국 전투비행단 R2B:리턴 투 베이스
소름 끼치는 속도감 '정신없이 짜릿하다'
이 모든 게 영화 'R2B:리턴 투 베이스' 속에 있다.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는 전투비행단을 소재로 한 영화다. 대한민국 영화사 최초의 제대로 된 고공 액션 블록버스터가 탄생한 격이다.
이야기는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현장에서 시작된다. 빼어난 비행실력과 두둑한 배포 자신만만한 성격까지 갖춘 조종사 태훈(정지훈)은 에어쇼에서 대열을 이탈해 '개인기'로 금지 비행기술인 제로 노트를 감행한다. 태훈은 상공에서 갑자기 엔진을 끄고 추락하는 듯 고도를 낮추다 다시 날아오르는 장관을 연출해보이지만 덕분에 행사장은 난장판이 되고 급기야 팀에서 퇴출까지 당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 대서(김성수)가 편대장으로 있는 21 전투비행단으로 이적된 태훈은 동기생 유진(이하나)과 후배 석현(이종석)을 만나 차츰 적응해 가고 정비대대 최고의 미녀 에이스 정비사 세영(신세경)에게도 호감을 키워 간다. 하지만 비행단 내 최고 실력자라는 철희(유준상)와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갈등을 연출하고 비행대결에서 마저 패해 자존심까지 다친다. 세영의 도움으로 공중사격대회에서 우승하며 태훈은 자존심도 회복하고 사랑에도 골인하지만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 찾아온다.
귀순을 가장한 북한의 적기가 서울까지 내려와 초계비행중인 21 전투비행단과 교전을 벌이다 서울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동료마저 잃게 만든 것. 게다가 북한의 쿠테타군들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등 전면적 전투에 나설 준비 중이란 정보까지 입수하게 된다. 이에 태훈과 21 전투비행단은 목숨을 건 작전 '리턴 투 베이스'를 통해 동료와 나라를 구하려는 전투에 나선다.
'R2B: 리턴 투 베이스'는 대한민국 공군의 전폭적 지원 속에 만들어진 영화답게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고공액션을 자랑한다. 활주로 정비격납고 이글루 등 최고 파일럿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배경이 쉴새 없이 펼쳐진다. 실제 전투기의 압도적 위용도 볼 만하다. 액션 신은 말할 것도 없다. 낮게는 7500미터 높게는 1만3000미터 높이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 한 채 마하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투기들을 실사로 담아낸 제작진의 노력은 그대로 짜릿한 쾌감이 돼 객석에 전달된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전투기들의 움직임을 다이내믹하게 담아 속도감 넘치는 편집으로 완성해 낸 장면들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영화 시장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63빌딩을 비롯한 서울을 난장판으로 만든 적기를 추격하는 장면이나 R2B 작전 중 북한의 원산 기지를 초토화 시켜벼리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최고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매력도 'R2B:리턴 투 베이스'를 볼만한 이유다. 현재 군 복무중인 비가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열연하는 모습은 몹시도 반갑다. 시종 능글거리면서도 단단하고 자신감 넘치게 영화를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배우로서 그가 지닌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국민 남편'으로 거듭난 유준상의 진지한 연기도 신선하다.
정지훈과 락커룸에서 맨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숨겨왔던 탄탄한 근육과 액션 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신세경의 새촘한 연기와 김성수 이하나의 넉넉하고 편안한 연기도 잘 어우러진다.
영화를 연출한 김동원 감독은 광고 감독 출신답게 감각적 비주얼과 톡톡 튀는 유머들을 멋지게 버무려 냈다. 지극히 전형적이고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에도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더해 현실감을 살렸고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는 스타일리시한 영상 감각으로 변주를 해 냈다. 'R2B: 리턴 투 베이스'가 '공군 홍보 영화'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다.
영화는 오늘(24일)부터 LA한인타운 마당몰 내 CGV에서 상영된다. 미국 내 등급은 없지만 한국에서는 15세 이상 등급으로 관객과 만났다.
'R2B vs 탑건' 하늘위 고공액션 승자는…
'탑건' 많이 닮은 'R2B'
화려·감각적인 비주얼 인정
할리우드 대표 감독·제작자

'R2B:리턴 투 베이스(이하 R2B)'를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1986년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흥행기록을 올렸던 영화 '탑 건'이다. 톰 크루즈의 출세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최근 토니 스캇 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보와 함께 다시 한번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R2B'캐릭터나 큰 줄거리도 '탑 건'과 많이 닮아 있다. '탑 건'의 주인공은 해군 최신예 전투기인 F-14기를 모는 젊은 조종사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다.
훌륭한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를 둔 패기만만한 파일럿 청년인 그는 'R2B'속 태훈처럼 실력을 빼어나지만 솜씨가 거칠기로 소문난 주인공이다. 그랬던 매버릭은 탑 건 훈련학교에 입학하면서 인생의 전환을 맞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항공물리학을 강의하는 여교관 찰리(켈리 맥길리스)와 사랑에 빠진 것.
영화 속 태훈이 정비 중위 세영과 로맨스를 이어가는 것과 닮아 있는 부분이다. 갈등도 비슷하다. 'R2B'에 태훈의 라이벌 철희가 있다면 '탑 건'에는 아이스맨(발 킬머)이 있다. 두 영화 모두에서 파일럿에 대한 철학과 비행 스타일이 달라 사사건건 부딪히는 인물 관계다.
'탑 건'에서는 매버릭이 조종하던 F-14 전투기가 비행 훈련 도중 그만 제트 기류에 빠지면서 엔진 고장을 일으키고 이때 함께 탈출을 시도하던 구즈가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자신의 무리한 비행 때문이라는 자책감으로 실의에 빠진 매버릭은 '탑건' 1위 자리를 아이스맨에게 내주지만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버지의 전우였던 바이퍼 교관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된다.
이때 미국 상선이 기관 고장으로 영해를 넘어서자 항공모함으로 돌아온 매버릭은 비상 출격을 하게 된다. 전투기 조종에 대한 슬럼프를 극복한 매버릭은 위기에 빠진 아이스맨을 구한 후 놀라운 능력으로 미그기를 격퇴하고 돌아온다. 이 전투의 공훈으로 다시 탑건 교관을 자원해 온 매버릭은 그곳에서 찰리와 재회한다.
'R2B'에서 역시 태훈과 철희는 북한의 도발로 동료를 잃는 아픔을 맛 보지만 더 큰 대의를 위해 위기에 빠진 또 다른 동료를 구하고 나라를 핵 미사일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드는 멋진 모습을 선보인다. 마지막에 태훈이 사랑에 골인하는 장면 역시 '탑 건'과 많이 닮았다.
관객 기억 속에 남은
주요 창공액션 영화들
'R2B:리턴투베이스' '탑 건'등의 고공 액션 영화는 화려한 전투신과 멋진 조종사들의 삶이 어우러져 영화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다.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주요 고공 액션 영화들을 모아봤다.
◇ 빨간 마후라
신상옥 감독, 신영균, 최은희, 최무룡 주연의 1964년작. 필름이 남북으로 갈라져 보관돼 있어다시 볼 수 없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6·25 전쟁 당시 평양 폭격을 담당하던 용감한 공군들과 순국한 전우의 미망인을 사랑하게 된 조종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공군을 다룬 한국 영화로는 최초이자 최고로 전해져오고 있다.
◇ 아이언 이글
시드니 J 퓨리 감독, 루이스 고셋 주니어 주연의 1986년작.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해 탈락했다가 아랍군에게 인질로 잡힌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적진에 뛰어들어 빼어난 비행실력을 선보이는 18세의 주인공 소년 더그의 성장사가 인상깊다. 동일한 캐스팅으로 4편까지 만들어졌다.
◇ 마하 2.6
2007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액션 영화로 제라르 피레스가 감독을, 브누와 마지엘과 클로비스 코르니악이 주연을 맡았다. 실종됐던 신개발 전투기를 추격하던 중 실수로 이를 폭격한 두 천재 비행사가 공군에서 쫓겨났다가 국가의 특수임무팀으로 부름을 받게 되며 펼쳐지는 모험담이 주요 스토리다.
◇ 스텔스
롭 코헨이 감독하고 조시 루카스, 제시카 비엘, 제이미 팍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한 2005년작. 인공지능 시스템이 탑재된 새로운 무인전폭기 스텔스가 극비 임무를 수행하다 통제 불능 사태에 빠지자 3인조로 구성된 최정예 스텔스 파일럿 부대가 처절한 저항을 펼치는 모습을 담았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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