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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의 상담수기] 1-정상(normal)? 비정상(abnormal)? - Don't be afraid!

Vancouver

2001.09.0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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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afraid!!!"
위의 말씀은 성서에 수없이 나오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상담심리학과정의 첫 과목이었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시간에 헝가리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교수님께서 정상(normal)과 비정상(abnormal)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다.

"본 과목의 수업목표는 바로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두려움의 상황에서 어떻게 적당히 두려워 할 것인가?' 을 배우는 겁니다.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으로 또한 생소하기만 했던 상담심리학 대학원과정을 시작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에 가득 찼던 내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수님께서는 그런 나의 불안과 두려움이 '비정상적인 것(abnormal)'이 아니라 극히 '정상적인 것(normal)'이며, '어떤 두려움의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는가' 하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일러주셨다.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상황에서 그 정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정상'이며, 그런 적당한 정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상황에서 그 정도를 넘어선 지나친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비정상'이라는 말씀이었다.

상담심리학 공부를 진행하면서, 상담실습 중에 다양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적당한 정도의 두려움을 넘어선 '지나친 두려움' 이 심각한 마음의 병의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대학 2년생의 남학생.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지나친 민감함으로 초조함과 불안을 호소했던 20대초반의 사회 초년생.
어린시절 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새 공포증(Bird Phobia)로 시달리던 주부.
다른 이들의 이목과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20여년동안 계속되었던 남편의 폭력을 참으며 살았던 50대중반의 아주머니. 그리고 아들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관심이 오히려 아들의 빗나감으로 이어져 힘든 시간을 보내던 30대중반의 미혼모.
이들은 모두 상담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지나친 두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나친 두려움은 그 정도와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어떤 형태로든 '심리적 병'으로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은 무력감과 우울증으로, 타인들에 대한 지나친 민감함은 자기비하로, 어린시절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해 시작된 새에 대한 공포증은 사회생활 장애라는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또한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감수해야 해야 했던 남편으로 부터의 폭력은 '정신적 피폐'와 '삶에 대한 무의미' 라는 모습으로, 미혼모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결국 아들의 탈선과 반항이라는 모습으로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심리적인 '지나친 두려움, 공포 혹은 걱정' 은 사람들의 정상적 혹은 비정상적인 생각과 행동의 단지 하나의 원인이며, 또한 '적당한'과 '지나친'의 말의 의미와 기준도 사람에 따라 각기 그 정도를 달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문제들의 상당부분이 혹시 이 '지나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는지. 또한 이 '지나친 두려움'이 혹시 어두웠던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 혹은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에서 오는 것은 아닐는지.
보다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 보다 심리적으로 오늘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 '두려워하지 않기',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기', '적당히 두려워하기'의 훈련이 우리에게 필요할지 모르겠다.
또한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혹시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지나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한번 돌이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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