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대중문화 속 복고 열풍' 90년대 문화에 빠졌다…그때 그시절 '추억을 소환하라'

열광하던 그 시절 그린 드라마
문화코드 완벽재현 '응답하라 1997'
Back to 90's

지금 방송가는 '복고 붐'
90년대 스타들 재조명
LA지역 아시안 클럽서도
'90's K팝 파티' 등 열려
WHY?
아날로그·디지털 경계 이른
대한민국 대중문화 황금기
30~40대층 감성코드 자극


7080이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통기타와 LP판 장발과 나팔바지 양희은과 이문세를 추억하고 소비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대세는 '90년대'가 됐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사회 가장 큰 소비력을 지닌 30~40대가 됐고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그룹들과 SNS의 홍수 속에 지친 그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이자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그 시절을 추억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기성세대'라는 재미없고 고루하고 틀에 박힌 듯한 정형화된 이미지 틀에 갇혀 있지만 한 때는 '신세대'며 'X세대'라 불리고 '오렌지 족' 소리를 듣기도 했던 이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추억하는 90년대의 감성은 7080세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투박하고 소박하기보단 세련되면서도 통통 튄다. 순박하고 아련하기보단 까졌다 싶을 만큼 자신감 넘치고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때문에 2012년의 오늘 우리가 추억하는 90년대는 단절이 아니라 연장이며 옛이야기가 아닌 가장 '핫'한 문화코드다.

한국 대중문화계에 90년대 코드가 소환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물론 최근 2~3년 동안에도 90년대 톱스타들이 꾸준히 TV에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이전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전성기를 희화해 추억을 파는 '한 때 잘 나갔던 오빠' '전직 국민요정'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아직 90년대 코드는 주류 트렌드라기보다는 비주류적 감수성에 불과했다.

그때 '건축학 개론'이 등장했다. 올해 3월의 일이다. 관객 수 410만을 동원했지만 체감 인기는 1000만 영화 못지 않았다. 영화는 철저히 관객들의 감성을 90년대로 되돌려놓았다. 삐삐 공중전화 헤어무스 게스 티셔츠 CD 플레이어 '기억의 습작' 등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과거는 희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찬란했던 문화의 유산이 됐다. 10대~20대들은 '저게 뭐야' 하면서도 그 시대를 동경했다. 30~40대는 '너네 이런 거 알어'하며 뿌듯해 했다. Back to the 90's. 90년대는 순식간에 대세가 됐다.

이후 한국에선 90년대를 소재로 한 문화 상품들이 줄을 이었다. KBS '불후의 명곡'에서는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데려다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선보였다. 신승훈 김건모 박진영 등의 노래가 새롭게 편곡의 옷을 입으며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맘껏 뽐낼 수 있었다.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90년대 톱스타였던 김원준이 전면에 나서 실제 당시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은 역할로 열연하고 있다.

'밤과 음악 사이'라는 클럽 체인까지 생겨났다. 90년대 음악을 주로 트는 일명 그 시절 '락카페' 분위기의 클럽이다. 서울 주요 지역과 부산 등지에 위치한 '밤과 음악 사이'에는 2~3시간씩 줄을 서서라도 클럽에 들어가 즐기려는 30~40대 들로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다.

'청춘 나이트'라는 공연 상품도 인기 몰이 중이다. 김건모 쿨 DJ DOC 탁재훈 코요태 홍록기까지 9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흡사 나이트와 같은 분위기로 무대를 꾸미는 광란의 콘서트 시리즈다. 이미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관객 층은 역시 30~40대. '청춘 나이트'는 객석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진의 노래를 한 곡도 빠짐없이 따라하며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어내는 '히트 상품'으로 자래 매김 중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90년대 문화코드를 완전히 주류로 끌어올린 드라마 한 편이 터졌다.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다. 지난 7월부터 방송된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완벽하게 90년대를 재현해 냈다. HOT와 젝키 핑클과 SES 이의정 파마와 바다 머리 방울 다마고치와 DDR 게임 브로마이드와 길거리 짬뽕 믹스 테이프까지 아주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꼼꼼히 추억을 살려냈고 보는 이를 열광시켰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K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비주의 '누구보다 널 사랑해' 이지훈의 '왜 하늘은' 양파 '애송이의 사랑' 등 90년대를 추억하는 이들에겐 전주와 동시에 줄줄 노래를 따라할 수 밖에 없는 불멸의 음악들이 한 에피소드에서만도 10곡 이상씩 흘러나온다. 한국 케이블 드라마로는 기록적이라 할만한 3%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고 이 드라마를 통해 본격적 연기에 도전한 서인국 정은지 호야 등도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90년대 코드는 비단 한국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다. 열풍은 금방 LA로까지 이어졌다. '미씨USA' 등 30~40대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에 대한 포스트가 끊이질 않았다. SNS에도 시청소감이 줄을 이었다. 한국을 방문하고 온 이들은 '밤과 음악사이'나 '청춘 나이트'를 방문해 즐기고 왔다는 '인증샷'을 올려 대기도 한다. 90년대 음악을 주로 트는 복합주점 '별이 빛나는 밤에'에는 주말마다 손님으로 붐빈다. LA지역 최대의 아시안 아메리칸 클럽인 벨라스코에서는 수시로 '90's K팝 파티'가 열린다. 그 곳에선 90년대 복장으로 꾸민 한인 젊은이들이 그 시절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90년대는 더이상 '한 때의 추억'이 아니다. '오늘의 트렌드'다. 그야말로 '짱'인 셈이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