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태현표' 사극 코미디…웃긴 남자의 묘한 매력
출연: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장르: 코미디, 사극
등급: 없음 (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비슷한 패턴의 코미디 연기를 반복적으로 보여줘도 싫지 않은 배우들이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짐 캐리 벤 스틸러 윌 패럴 등이 있을테고 충무로에는 임창정 김수로 김선아 그리고 차태현이 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시작해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 '헬로 고스트'까지 이어져 오던 그의 코미디 연기엔 늘 묘한 매력이 있었다.
짜증과 투덜 섞인 말투도 싫지 않게 느껴지고 과장된 듯한 표정과 대사에서도 현실감이 묻어난다. 마치 배우와 캐릭터가 하나의 인격인 듯 느껴지는 친근감도 빼 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그의 코미디 연기가 지겹다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자랑할 때 역시 코미디 연기를 할 때 라는 점은 그가 코미디 배우로서 가진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주호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래서 차태현이란 배우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물론 스토리도 재미나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혹은 사극판 '도둑들'이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
배경은 얼음이 금 값보다 귀하던 조선 영조 무렵. 권력을 이용해 얼음을 갖고 장난질을 치려는 기득권 세력에 맞서 서자 출신 한량 덕무(차태현)와 정의로운 무사 백동수(오지호)가 각 분야 전문가들을 규합 얼음을 모조리 빼돌리는 작전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폭약 전문가 토굴 전문가 잠수 전문가 등 다양한 캐릭터가 작전에 투입돼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각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데 꽤 공을 들인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결국 영화의 원 톱 차태현을 빛내주는 동력으로 수렴된다. 비슷한 비중의 주연인 오지호마저 차태현 앞에선 빛을 바랜다. 관객의 눈과 귀는 쉴새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와 설정을 갖고 노는 차태현에게 쏠리고 만다. 능글맞게 잡서와 서역 문물에 빠져 한량 행세를 하는 모습이나 백동수의 동생 백수련(민효린)에게 치근대는 모습은 영락없이 보는 이를 폭소케 한다.
나머지 캐릭터들이 가려지고 잘 살아나지 않으니 모두의 역할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 얼음을 빼 돌려야 하는 작전 과정 자체의 긴박감과 흥미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극의 재미를 이끌어가는 차태현의 힘이 강력하다는 뜻도 된다. 매력 없는 영화가 잘 될 리가 없다. 관객수 415만을 넘어서며 한국 극장가의 여름 흥행 순풍을 견인하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신의 한 수'는 결국 차태현이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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