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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한국어 공부하는 방법

New York

2012.09.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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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한국어는 세상의 여러 언어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다른 언어를 배울 때처럼 배우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 공부하면 될까? 어떤 교수법이 좋은 교수법일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늘 지름길이 궁금하다.

현재 세계의 언어교육 시장은 영어가 주도하고 있다. 우수한 인력이 영어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영어의 영향력에 있다. 세계 속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영국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나라들이나 말레이시아, 인도, 필리핀 등에 가도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된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사람들을 잘 만나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교육의 교수법이 가장 우수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아마 틀린 추측은 아닐 것이다.

언어교육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영어교육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고, 특강을 들으려 노력한다. 자신의 이론의 근거를 최대한 영어교육 전문가의 이론에서 따온다. 그래야 훌륭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어교육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청각구두식 교수법이 유행하면 한국어교육에도 곧바로 반영된다. 의사소통식 접근법이 유행하면 마찬가지로 한국어 수업은 의사소통식이 된다. 오히려 늦게 받아들임을 부끄러워하는 분위기이다. 일찍 소개한 사람이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절대로 영어교육의 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 교육의 장점을 잘 받아들인 연구자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단지, ‘한국어’라는 특성에 잘 맞는 언어교육인지에 대해서 고민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우리의 전통적인 언어교육에서 받아들일 만한 것은 없는지 연구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어는 여러 언어 중에 하나인 것은 맞지만 다른 언어와 같은 언어가 아니라는 점도 맞다. 그리고 그 점은 언어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서 상황 중심의 언어이다. 따라서 대화할 때 화자와 청자의 상황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한국어에 주어가 생략이 된다든지, 조사의 생략이 많다든지, 대명사가 잘 쓰이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한국어가 상황 중심의 언어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한국어의 경우는 한국어에 맞는 교수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언어 교수법이 발달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가 답이다. 조선시대에 사역원이라는 곳을 두어 통역관을 양성하였는데, 중국어, 만주어, 몽골어, 일본어 등 네 언어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이 사역원을 비롯한 언어교육 시스템은 당시 어떤 나라와 견주어 보아도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의 외국어교육이 오히려 앞서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천자문에서 소학, 명심보감, 사서삼경으로 이어지는 한문 학습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의 언어교육은 단순한 문자나 회화 교육이 아니었다. 삶에 대한 교육이기도 하였다.

한자를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것도 함께 배우는 교육이었다. 당연히 좋은 내용의 글을 교육의 자료로 삼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영어를 배우면서 어떤 문장을 배웠는가?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는가? 내 삶이 변화하였는가? 우리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좋은 글을 가르치고 있는가?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은 일단 한국어의 특징을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어 어휘 속에 담겨있는 사고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언어를 교육하였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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