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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는 잊어라'…솥뚜껑 운전은 옛말, 여성도 운전 잘 한다

"여자, 운전못해" 부정적 암시
'자신감 실력 향상' 결정적 요인
남성보다 주차 시간 16초 빨라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초보' 딱지를 붙인 소형 승용차가 난데없이 역주행하는 장면의 사진이었다. 운전자의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누리꾼들은 그 운전자에게 '김여사'란 별명을 붙였다.

이후 어처구니없는 운전 행태의 사진들을 모아 '김여사 시리즈'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인터넷 포털 백과사전엔 아예 김여사란 신조어가 등장해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운전에 서툴러 소통을 방해하는 운전자"를 지칭하는 뜻이 돼버렸다. 매우 씁쓸하다. 이 말에는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뜻이 버젓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채범석 박사는 "예전부터 남성들이 여성 운전자를 깔보는 시선이 있었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 대한 그런 불편한 시선이 대중적인 유머로 발생하게 됐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여자 ? 답답한 운전의 대명사?

로미타시에 사는 주부 윤명숙씨는 미국에 거주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아직 프리 웨이를 타지 못하고 로컬을 이용해서 다운 타운을 다닌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운전을 했지만 속도가 늦거나 주춤거릴 때 느닷없이 뒤차의 남성이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차는 왜 끌고 나와!"하며 화를 내는 통에 더 겁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 와서는 아예 프리 웨이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은 운전을 못하는 것이 정해진 상식일까?

먼저 통상적인 견해부터 살펴본다면 남성전문 온라인 잡지 '애스크맨'(Ask Man)의 '여성들이 운전을 못하는 이유 톱 10'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서 1위는 '유전적인 차이'로 남성은 지각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해 운전을 잘하지만 여성의 경우 언어적 능력을 담당하는 좌뇌가 발달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2~5위에는 '운동 신경의 차이' '운전에 대한 관심 부족' '차에 대한 관심 부족'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여성들이 안전의식과 정비지식의 부족으로 운전 능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또한 미시간대 연구진은 미국에서 발생한 650만 건의 교통사고 사례를 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평균 신장 차이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키가 작은 여성들은 시야 확보 공간 인지 등에 어려움이 있어 운전을 잘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인식이 여성운전자를 무시한다

그러나 여성이 운전을 잘 못한다는 인식은 생물학적 근거보다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워릭대와 조지아대 공동 연구팀에서는 운전 실력이 비슷한 남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실시한 자기평가에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운전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훨씬 컸다.

다시 여성 운전자들을 나눠 한 팀에게만 격려를 해 준 결과 격려 받은 참가자들의 운전 실력이 월등히 좋게 나타났다.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항상 남성이 여성보다 운전을 잘 한다는 선입견이 여성에겐 부정적인 암시가 되어 운전에 악영향을 끼친다. 자신감은 실력 향상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운전 교습 강사 존 리씨는 "여성 분들이 처음엔 겁이 많아 습득 속도가 느리지만 그 기간을 지나면 기계 조작 운전 이해도 등의 측면에서 오히려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영국 주차서비스업체인 NCP가 실시한 평가에서는 "여성 운전자가 남성 운전자보다 주차를 더 잘한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이 평가에서는 '주차 빈 공간 빨리 찾기' '정확한 진입 각도 설정' '주차 완료 빨리 하기' 등으로 구분해서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 운전자는 주차 시간이 평균 16초로 여성보다 빠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에게 뒤졌다.

이 실험을 주관한 운전 강사 닐 바슨은 "이번 조사 결과가 일반화되기에는 부족한 점은 있지만 단순히 공간 감각이 뛰어난 남자가 더 운전을 잘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차가 '발'의 역할을 할 정도로 운전이 필수이기 때문에 한국의 여성 운전자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큰 오류다. 더군다나 잘못된 인식이 굳어져 인격 비하로 번지는 것은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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