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Looper)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장르: SF, 액션, 스릴러 등급: R
'감독: 라이언 영화 '루퍼(Looper)'는 최근 열린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배경은 미래 2044년이다. 시간여행 기술은 그로부터 30년 후인 2074년에나 생겨나지만 여전히 불법이다. 하지만 2074년의 세계를 지배하는 '레인 메이커'는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의 위험인물들을 30년 전으로 보내 사살한다.
조(조셉 고든 레빗)는 미래에서 온 이들을 직업적으로 사살하는 '루퍼'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특수 제작된 총을 들고 있다가 얼굴이 가려진 채 시간을 거슬러 온 미래의 사람들을 쏴 죽이는 게 일이다.
빼어난 실력으로 루퍼들 사이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는 그의 일상은 미래에서 온 또 다른 조(브루스 윌리스)를 죽여야 하는 임무가 떨어지며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미래의 조는 레인 메이커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이를 돌이키기 위해 자진해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몸을 실은 것이다. 이를 알 턱이 없는 현재의 조는 순간 머뭇대다 미래의 조를 놓쳐버리고 그로 인해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거기다 미래의 조는 30년 후 세계를 지배할 레인 메이커를 없애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쫓는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루퍼'는 지적인 영화다. SF 영화장르를 통해 수없이 반복돼 온 시간여행의 콘셉트에 새로운 상상력의 옷을 입혀 액션과 스릴러를 버무려 냈다. 평단과 관객 층이 '루퍼'에 바라는 신선함의 기대치에 있어서 영화는 그 몫을 충실히 해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박진감이나 연결의 매끄러움은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쉴 새 없이 오가는 과거와 현재 여러 번 반복되는 플래시백을 민첩하게 따라가야만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현재와 조와 미래의 조가 만나고 엇갈리는 장면들이나 현재의 조에게 닥치는 위험이나 상처에 따라 미래의 조가 영향을 받는 장면 등도 빠른 이해력으로 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뭉툭 뭉툭 잘려다가 이어붙인 시간상의 연결고리들을 알아서 엮어나가기가 힘에 부친다.
미래의 조를 연기하는 브루스 윌리스에게 느껴지는 듬직함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보다 2012년 한 해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의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는 게 더 흥미롭다. 브루스 윌리스와 닮은 외모를 만들고자 매일 3시간씩 특수분장을 하고 촬영에 임했다는 조셉 고든 레빗은 SF적인 배경 안에서 인간적 고뇌를 겪는 조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 '루퍼'의 일등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