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구명보트에 227일 동안 호랑이와 단 둘이…

New York

2012.10.05 10: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이안 감독 3D ‘라이프 오브 파이’ 제작, 11월 개봉
원작은 얀 마텔의 ‘파이스토리’…언론 호평 이어져
영화 ‘와호장룡’‘색, 계’‘브로크백 마운틴’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이안 감독이 3D로 촬영한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상영회를 가졌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스토리’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주인공은 16세 인도 소년 ‘파이’.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동물을 모두 팔기 위해 캐나다로 이동하던 중 배가 침몰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구명보트에 올라 살아남은 파이는 조그만 보트에서 의외의 일행을 만난다. 바로 동물원에 있던 뱅골 호랑이다. 파이와 호랑이는 그렇게 227일 동안 구명보트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표류한다.

이안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영화로써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바로 ‘물’‘동물’ 그리고 ‘어린이’. 이안 감독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들어간 영화는 망한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이 영화는 셋 다 가지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맞는 말이다. 대단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신 동물들이 주구장창 등장한다.

영화 배경의 80% 이상은 물이다. 단조로울 수 있는 이 구성에 이안 감독은 3D 기술과 미장센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분노하는 바다, 고요한 바다, 환상의 세계 속 바다 등 1000개의 얼굴을 가진 태평양을 담아 매번 다른 배경을 연출해 냈다. 손을 뻗으면 물이 손끝에 닿아 차가운 냉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생생히 살아있다.

영화 속에 담긴 메시지도 마음을 곧장 파고든다. 작품은 이미 유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 매체들도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상영회가 끝난 뒤 이안 감독과 원작 소설가 얀 마텔, 주연 배우 수라즈 샤르마와 질의응답을 통해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는 오는 11월 21일 개봉한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하게 된 계기는.

"책을 쓰면서 머리 속에는 시네마틱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색의 대비를 생각했었다. 호랑이의 오렌지색과 검은색, 푸른 물과 하늘 등…. 그렇지만 영화화 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힘든 부분일 거라 여겼다.”(마텔)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너무 흥미로웠고 머리 속에 장면들이 떠올랐다.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아주 많이들 것을 알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와 아티스틱한 부분을 함께 이끌어 내는 게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4년 전부터 영화가 조금씩 현실화 되기 시작하면서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이안)

-실제 호랑이와 보트 안에 있었는지.

“호랑이와 함께 있지는 않았다. 대신 호랑이가 훈련 받는 모습도 많이 봤고 비디오 자료도 여러 번 시청해서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나중에는 호랑이가 있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 다만 호랑이가 없었을 뿐. 하하.”(샤르마)

“영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총 4마리다. 3마리는 프랑스에서 왔고, 그 중 2마리는 암컷이었다. 70세에 몸무게가 500파운드에 달하는 ‘킹’이라는 호랑이가 수영하거나 포즈 취하는 등 대부분 장면을 연기했다. 사나운 장면은 암컷들이 담당했다. 배고프거나 아픈 그런 약한 모습은 캐나다에서 온 호랑이가 연기했다. 진짜 호랑이 등장하는 장면은 30쇼트 정도 된다. 나머지는 디지털화 한 장면이다.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호랑이의 모든 움직임을 담아 영상 자료를 많이 축적했다.”(이안)

-계획한 장면이 대부분인가, 즉석에서 만들었나.

“계획과 즉흥적으로 촬영한 게 함께 섞여 있다. 쇼트 리스트에 있던 장면은 전체의 8분의 1 정도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프로덕션 전에 1년 동안 애니메이션 프리뷰를 만들어 촬영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이틀이 지나도록 한 쇼트도 못 찍었던 날도 있었다. 즉흥 촬영이라기보다는 서바이벌에 가까웠다.”(이안)

-침몰 생존자를 만난 적이 있나.

“스티븐 칼라한이라고 70년대에 침몰사고를 겪고 76일 동안 대서양에서 플라스틱에 의존해 표류했던 분이 많은 도움을 줬다. 영화 작업 초기에 작가와 함께 칼라한을 방문했고 나중에는 대만 촬영지로 초청했다. 영화 만드는 내내 디테일과 사고 당시 경험 등을 나눠줘서 큰 도움이 됐다. 또 샤르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현장에 방문했었다. 마닐라에서 4일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인데, 둘이 물 위에서 작은 배를 타고 떠 있는 그 기분을 한번 느껴봤다.”(이안)

“당시 어떻게 살아 남았고 감정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주변에 물 밖에 없는데 무슨 느낌이었냐고 물으니까 대부분 아무 생각이나 느낌이 없었다고, 텅 비었다고 그러더라. 생생하게 알려준 덕분에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샤르마)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