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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값 깜짝깜짝…사상 최고가로 치닫나

Los Angeles

2012.10.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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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모자라…일부선 이미 5달러 시대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이희선(62)씨는 며칠 전 휴스턴에 다녀왔다가 깜짝 놀랐다. 개솔린(휘발유) 가격이 어느새 갤런당 4.50달러를 훌쩍 넘어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휴스턴에서는 개솔린 가격이 3.49달러였는데 LA가 갤런당 1달러 넘게 비싸다”며 “LA커뮤니티칼리지에 다니는 아들이 있지만 개스 값 걱정 때문에 차를 사줄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개솔린 가격이 제정신이 아니다.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고 노동절이 지나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데, 뜬금없는 10월 초에 눈을 의심할 정도로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자동차협회(AAA) LA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1주일 간 LA카운티의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40.3센트가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운전자들은 갤런당 무려 71.5센트를 더 지불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2008년 6월21일 기록한 LA카운티 사상 최고가 4.626달러도 곧 넘어설 기세다. 일부 지역은 이미 갤런당 5달러 시대에 돌입했다.

재고 소진 판매중단 주유소도
1주일간 가격 상승 가파라
도매가 소매보다 비싸기도


가격 폭등세

개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나 큰 충격은 3~5일의 사흘이었다. 3일 58센트 4일 8.8센트가 오르더니 5일이 되자 19.2센트가 올랐다. 5일 현재 LA카운티 전체 평균은 갤런당 4.539달러를 기록했다.

LA다운타운 버뱅크 칼라바사스 등의 지역에서는 5.50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LA한인타운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미아 김(50)씨는 "이제 개스 값 떨어지는 건 기대도 안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인피티니 G37 차량에 주유를 마치자 개스 값이 90달러 가까이 나왔다.

오렌지카운티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5일 갤런당 4.525달러로 하루 만에 19.5센트가 올랐다. 이 지역의 최고가는 2008년 6월19일의 4.598달러이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카풀이나 대중교통 이용도 운전자들에게 다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토런스에 살며 어바인으로 출퇴근하는 곽명훈(29)씨는 "금요일마다 카풀 스케줄을 짠다"며 "높은 개스 값에 몇 주 전부터 직장 동료와 카풀을 시작했는 데 타부서 동료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해온다"고 전했다.

개스 판매 중단까지

상황이 이쯤 되자 아예 개스 판매를 중단하는 주유소도 나오고 있다. 저장 탱크에 갖고 있는 기름을 다 팔고 난 뒤 새로 사들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 가격에 개스을 사면 나중에 가격이 떨어질 때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마리나델레이 터스틴 잉글우드 등의 코스트코 주유소는 지난 4일 재고 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한 코스트코 주유소 입구에는 "언제 다시 개스 판매를 재개할 지 모릅니다"라는 사인까지 걸렸다.

유가정보서비스(OPIS)에 따르면 4일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도매가가 소매가보다 높은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가격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소매 가격 조정이 도매가 오름세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4일 캘리포니아 평균 소매 개스 가격은 갤런당 4.315달러였지만 이날 주유소들이 사들이는 도매가격은 4.39달러에 달했다.

LA한인타운의 카탈리나와 6가에 있는 주유소를 포함한 10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이드 코하나 사장은 "30년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여름이 지나고 원유 가격이 내리면 소매가격도 내려야 하는 데 본사에서 계속 가격 상승 고지가 오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유한 재고량에 따라 주유소간 가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5일 오전 KTLA 뉴스가 보도한 버뱅크 지역의 한 사거리에서는 한 주유소의 가격은 5.57~5.77달러지만 길 건너의 경쟁 주유소는 4.69~4.93달러의 가격표를 걸고 있었다.

한번 주유에 90달러 한숨
카풀 출퇴근 크게 늘어나고
향후 가격추이 걱정이 태산


공급 부족이 문제

이번 폭등세는 생산 시설 문제에 따른 공급 부족과 정유업계의 개스 종류 교체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엑손 모빌'의 토런스 정유공장이 전력 공급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송유관에 문제가 생겨 '테소로' '발레로' '쉘' 주유소들에 대한 개스 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화재를 겪은 리치몬드의 쉐브론 정유공장 역시 피해복구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해 생산량이 평소에 비해 적은 상황이다. 캘리포니아는 인근의 다른 주들에 비해 개스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 다른 주의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개스은 사용할 수 없다.

더구나 10월은 시기적으로도 개스 공급이 원활치 못한 기간이다. 정유업체들이 여름용 개스 생산을 멈추고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겨울용으로 교체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정유업체들은 남는 여름용 개스 재고를 멕시코 등 해외로 수출하고 겨울 시즌을 대비한다. 이 교체기에 공급에 이상이 생겨 도매 시장이 최근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향후 전망은

현재 캘리포니아의 개스 재고는 지난 10년 래 가장 낮은 수준.

주유소 사업주들의 이익단체인 'CIOMA'는 주정부 산하 '캘리포니아 대기자원 위원회(CARB)'에 겨울용 개스 판매를 예정보다 앞당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넣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용 개스은 10월 말부터 판매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CEC)'가 현재의 재고량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겨울용 개스은 여름용에 비해 대기오염에 주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CARB의 데이비드 클레건 공보관은 "언제 결정이 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염승은.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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