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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풍성하려면 책책책, 책을 읽자

Los Angeles

2012.10.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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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출판계 트렌드는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이다.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길고 더웠다. 책을 집어도 불쾌지수가 높아 차분히 읽기가 어려운 시간이었다. 이젠 다르다. 선선한 바람 덕에 몇 시간이고 한자리에 앉아서 책 한 권은 거뜬히 독파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계절이다. 평소 독서를 즐겨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을인데 책이나 한 권 읽을까' 싶어지는 때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책 고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앞 쪽 몇 페이지 읽다가 책장을 덮어버린 채 오랜만에 불 붙은 독서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일도 없을 터. 세상은 넓고, 좋은 책은 많다. 취향에 맞게 골라잡으면 될 일이다. 최근 출판계의 트렌드를 살펴보며 이번 주말 펼쳐볼 만한 책을 골라보자. 가을이 깊어갈수록, 독서는 즐거울테니.

◆대세는 힐링

한때는 무조건 열심히 치열하게 살라고 다그치는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제는 '힐링'이 추세다. 괜찮다고 위로하고 천천히 가라고 다독이며 멈추고 쉬고 돌아보라 이야기하는 책들이 대세다. 특히나 올 초부터 스님들의 저서가 범상치않은 인기를 보이더니 연말이 다 되도록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위권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혜민 스님의 인기는 그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다. 올해 1월 발간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최근 판매량 100만 부를 넘긴 밀리언셀러가 됐다. 1년 내내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고수한 것은 물론이다. 책에는 쫓기듯 사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혜민 스님이 전하는 관계 사랑 마음과 인생에 대한 지혜로운 조언이 담겨 있다. 정목 스님이 지난 5월 발간한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도 인기다. 위안과 감동 기쁨과 휴식을 찾을 수 있는 간결한 글들로 엮인 책이다. 법륜 스님의 저서 '스님의 주례사'도 발간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올해 들어 더 큰 인기몰이를 해 관심을 끌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 발간한 김난도 교수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이 같은 힐링코드에 부합한 책이다. 지난 8월 말 출시된 이 책 역시 단번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에세이집 '끌림'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이병률 시인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역시 여행을 통해 돌아보는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이야기하며 휴식을 찾는 현대사회 독자들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대선이다

지금 한국은 올 연말 있을 대통령선거로 뜨겁다. 재외국민투표를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된 미주 한인들의 관심 역시 한국 정치판으로 쏠리고 있다.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다. 후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때문에 출판계와 서점가 역시 그들에게 주목한다.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로 분산된 대중의 관심과 손길 또한 그들의 저서와 관련 서적을 향하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안철수의 생각'이다. 대선 후보로 공식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정치참여에 대해 해 왔던 고민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자신이 직접 담백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지난 7월 출간 당시 4분에 1권 꼴로 팔려나갔다고 할 만큼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가을 들어 잠시 주춤했던 판매 추이는 그의 대선 후보 선언과 함께 다시 치솟은 상태다. 최근엔 그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윌리엄 깁슨의 저서 '뉴로맨서'까지 판매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맞서는 문재인의 저서들도 줄줄이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30년 동행인생 발자취를 기록했던 책 '문재인의 운명'부터 돌풍은 시작됐다. 이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며 발간한 청춘을 위한 포토에세이 '문재인이 드립니다'와 앞으로의 비전을 저술한 '사람이 먼저다' 등도 연이어 서점가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박근혜의 경우 전문 집필가 이계영이 쓴 '박근혜의 꿈'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박근혜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를 비롯해 그녀가 내세우는 열정과 용기 원칙과 소신 등에 주목해 서술한 책이다. 지난 2007년 발간됐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도 대선 시즌과 맞물려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인문학은 마음의 양식

보다 진지하고 도전적인 책읽기를 원하는 이들에겐 여전히 인문학 관련 서적이 인기다. 세계적 석학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독자들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의 지성을 일깨운다. 2012년 봄학기부터 하버드 대학교 철학강의로 개설됐던 '시장과 윤리(Markets & Morals)' 강의 내용을 활자로 옮긴 책이다.

도올 김용옥의 새 책 '사랑하지 말자'도 나오자마자 화제다. 도올은 이 책에서 현대 한국 사회 속 다양한 현상과 사건들에 대해 우주 천지 종교 역사의 문제로부터 근원적으로 파헤쳐 들어가 총체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최신작이자 시리즈 7번째 책에 해당하는 제주편도 인문학 분야에서 멋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문서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던 시리즈인 만큼 어린 학생들부터 성인들까지 다양한 층의 독자를 지지층으로 확보했다. 이번 책은 한 권 전부를 제주도에 할애해 제주의 문화 자연 역사 사람 이야기를 풍성하고도 깊이 있게 소개하고 있다.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인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라는 연구를 통해 1000여 명이 넘는 70세 이상 각계각층 사람들의 삶의 대한 통찰을 듣고 책으로 옮겼다.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영화? 아니 소설!

영화보다 더 재미난 게 소설이다. 활자만으로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고,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과 의미를 각자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설 부문에서는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E.L 제임스의 관능적 로맨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막 한국어로 번역되며 한국어판도 글로벌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나 여성 독자들에게는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출간 석 달 만에 세계적으로 3000만 부가 판매됐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소설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도 더욱 기대가 되는 책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어두운 상처를 지닌 젊은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와 막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20대 여성 아니스타샤 스틸의 파격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역시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다. '빅피처'는 빼어난 착상 위에 반전을 거듭하는 폭발적 흡입력의 스토리가 펼쳐지는 소설로, 변호사 '벤'에서 사진가 '게리'로 정체성을 바꾼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일상 속을 들여다보는 생생한 유머와 위트가 버무려진 스릴러다.

한국소설로는 작가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출간과 함께 돌풍이다. 고등학생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생후 6개월의 갓난아기 때 미국 중산층 백인 가정으로 입양된 후 성장하여 작가가 된 26세의 카밀라 포트만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작품이다.



사전판매만 100만부 돌파·연일 판매고 기록…
'해리포터' 조앤 롤링, 첫 성인소설 후끈


미국 서점가는

가을철이 출판업계 대목인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말 있을 대선을 피해 가을 시즌에 다양한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쟁쟁한 신간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의 베스트셀러 순위도 이 같은 추세를 잘 보여준다. 신간이 상위 15위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단 사실이 좋은 예다.
가장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는 신작은 역시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신작 '캐주얼 베이컨시(The Casual Vacancy)'다. 사전판매만 100만부를 돌파하는 등 발간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으더니 연일 기록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책은 영국 전원마을의 가난과 정치를 담은 블랙 코미디로, 조앤 롤링의 첫 성인소설이기도 하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의 전말을 소개한 책 '노 이지 데이(No Easy Day)도 화제'다. 전직 해군 특수전투부대 네이비실의 대원이었던 맷 비소넷이 마크 오웬이라는 필명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이미 출시 전부터 폭발적 사전예약건수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1위를 예약해 놓았던 '노 이지 데이'는 군 비밀 유출이라는 미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일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중이다. 책의 구성과 문장은 매끄럽고 유려하지 못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만은 그 어떤 픽션보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친다는 평가다.
또 다른 화제작은 영국 출신 범죄 소설가 리 차일드의 '원티드 맨(A Wanted Man)'이다.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고독하고 터프한 영웅 잭 리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통해 만난 연쇄살인범과 잭 리처의 숨막히는 추격을 담은 책이다. '원티드 맨'은 특히 전자책 형식으로도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어 종이책 판매와는 별도로 서점가의 또 다른 활기를 불어넣으리란 기대도 모으고 있다. '원티드'는 소설 부문에서 지난여름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단숨에 몰아낸 책이라는 점에서 리 차일드 작가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J. D. 롭의 ‘딜루전 인 데스(Delusion in Death)'도 화제 몰이 중이다. 올해 62세 여성 작가인 엘리노 마리 로버트슨이 J.D 롭이라는 필명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범죄수사물로 80명을 죽음에 몰아넣은 독극물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 데스' 시리즈의 35번째 작품이다.
제2의 헝거 게임을 꿈꾼다
최근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양한 소설 원작의 판권이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 속속 팔리고 있다. 올해 들어 영화 제작이 결정된 작품도 상당수다. 향후 각종 시상식과 박스오피스를 휩쓸 인기 소설들을 모아봤다. 몇 년 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능가하는 프랜차이즈로 거듭날지도 모를 작품들이다.

- 호랑이의 저주(Tiger’s Curse)
콜린 호크의 인기 소설. 17살 소녀가 마음대로 변신이 가능한 호랑이를 서커스에서 만나며 벌어지는 모험을 다루는 판타지 소설이다.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판권은 파라마운트사가 샀다.

- 연기와 뼈의 딸( Daughter of Smoke&Bone)
라이니 테일러의 로맨스 소설. 파란 머리와 온 몸에 문신을 한 천사가 프라하의 음악학교에서 악마와 맞서며 다른 한편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스토리다. 판권은 유니버설사가 샀다.

- 셉티무스 힙(Septimus Heap)
제2의 ‘해리 포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앤지 세이지의 판타지 소설. 강력한 마법사의 피를 물려받은 소년과 왕가 혈통의 소녀가 운명이 뒤바뀌며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린다 판권은 워너 브라더스가 샀다.

- 레전드(Legend)
마리에 루 작가의 다크 로맨스. 가상의 국가 리퍼블릭을 배경으로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세기말적 분위기의 스릴러물이다. 판권은 CBS 필름에서 샀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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