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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는 어떻게 풍랑을 견딜까

이보영/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얼마 전 콜로라도스프링스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호텔에 들어서니 특이한 주의사항이 눈에 띄었다. 가급적 조깅이나 심한 운동을 삼가고 고지적응이 어느 정도 된 후 조깅을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 도시는 해발 약 6100 피트의 고지대로 산소가 희박하고 저기압에 의한 공기저항이 적어서 뛰면 금방 숨이 차게 된다. 아마 이런 이유로 올림픽 선수 훈련센터, 공군사관학교 등이 그곳에 세워진 것 같다.

어떤 물체가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는 반드시 저항을 받게 된다. 저항이란 전진하는 물체의 방향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약 공기저항이 없다면 빗방울에 맞아 죽는 사람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항공기의 도착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거나 빨라지는 이유는 대개 바람에 따른 공기저항 때문에 발생한다.

바다에서 선박이 항해할 때도 두 가지 저항을 받는다. 수면 위 선체는 공기저항을 받고 수면 아래에 잠긴 선체는 물의 저항을 받는다. 물결의 흐름이 파도이며, 선박이 파도에서 받는 저항을 조파저항이라 한다. 조파저항은 배를 좌우로 흔들거나(롤링), 앞뒤로 흔들거나(피칭) 또는 상하로 흔들리게(히빙) 한다.

이러한 저항을 되도록 적게 받기 위해 선박이나 항공기는 대개 유선형으로 만든다. 이는 돌고래가 물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고속유영을 하는 것을 응용한 것이다.

금년 초 한국에서 건조된 가장 큰 선박(한진수호)은 그 길이가 360m로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0m)의 철탑을 뺀 높이와 같고, 면적은 축구장 3개 넓이다. 이 배는 20피트 컨테이너 1만 3500개를 싣고도 9일이면 미국에 도착할 정도로 빠르다. 이렇게 큰 배가 산더미같은 파도의 조파저항을 견디면서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항해할 수 있을까?

배의 선체는 선수(앞부분), 선체 중앙부, 선미(뒷부분)로 구조를 삼등분한다. 산더미 같은 삼각파도를 넘을 때 선체 중앙부가 파정에 걸치고 선수와 선미가 양 파저에 걸치게 되면 선체 중앙부는 밑 면적이 넓어서 부력이 중력보다 커져서 위로 올라가게 되고, 선수와 선미는 유선형으로 밑이 좁아서 부력이 중력보다 적어 져서 아래로 휘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호깅(hogging: 돼지허리처럼 구부러 짐)이라 한다.
반대로 두개의 삼각파도 중간에 선체가 끼었을 때 선체 중앙부는 파저에 낮게 걸치고 선수와 선미는 양 파정 위에 걸치게 되면 배의 양쪽 끝은 위로 올라 가고 배의 중앙 부분은 아래로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새깅(sagging: 축 늘어지는 상태) 이라 한다. 어떤 선박이든지 파도를 넘어 갈 때에는 반드시 호깅과 새깅이 반복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이것이 잘 되지 않으면 배는 허리가 부러지고 침몰하고 만다.

인생의 항로에도 크고 작은 파도가 반복되어 밀려 온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알게 모르게 밀려오는 파도에 조파저항을 받으며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앞뒤로 또는 상하로 흔들리며 살아 가고 있다. 인생의 파도를 넘을 때에도 선박처럼 호깅과 새깅을 잘 해야 삶이 유연해지며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 세월의 흐름, 인생의 파도를 한결같은 고집과 집념만으로 부딪칠 것이 아니라 강약고저의 리듬으로 호깅과 새깅의 원리를 잘 활용하면서 조파저항을 유연하게 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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