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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2012]싸이 이후 K팝의 진화

Los Angeles

2012.10.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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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 특집팀 차장
지난 25일 할리우드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세계적 음악 전문지인 빌보드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빌보드 필름 & 뮤직 컨퍼런스' 가운데 K팝 특별 세션이 마련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의 지원 아래 'K팝을 넘어: 음악과 영상의 세계적인 영향력'이란 주제로 꾸며진 이번 행사에는 팝 음악계 주요 인사 25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각계 각층의 음악 전문가들이 참가해 K팝의 강점과 마케팅 전략 등을 진단하는 한편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시간도 가졌다.

MTV의 시니어 프로듀서인 존 심은 "K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잘 버무려 새로우면서도 친근하게 들리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유튜브를 통해 알 수 있듯 전 세계 팬들이 노래를 따라하고 춤을 따라추고 플래시몹을 하면서 음악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K팝만의 특징"이라는 통찰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콘서트 프로모터인 라이브네이션의 케빈 머로우 총괄부사장은 "콘서트 처음부터 끝까지 팬들을 열광시키고 춤추게 만드는 것은 K팝 가수들만의 힘"이라며 "350달러 짜리 VIP패키지를 아낌없이 사는 팬들의 충성도는 K팝의 흥미로운 마케팅 전략이 만들어낸 최고의 성공"이라고도 평가했다.

K팝 음원 해외 유통 전문사인 DFSB 컬렉티브의 버니 조 대표는 "K팝은 레코드 레이블이 아닌 기획사 위주로 돌아가는데다 아티스트 출신 제작자들이 인하우스 프로듀서들과 주로 작업을 한다는 게 특이하다"며 "덕분에 빠르고 탄력적인 홍보와 유통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제 K팝 가수들의 미국 진출은 '리스크'가 아닌 '투자'라는데 뜻을 모았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통해 미국 대중들 사이에 K팝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한껏 높아진 지금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싸이 이후의 K팝'을 준비할 시점이란 뜻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북미지역 총괄 매니저 알리나 모팻은 "싸이는 미국 대중들의 인식 속에 K팝에 대한 지평을 넓혔을 뿐 아니라 다른 가수들에게도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고 평가하며 "새롭게 형성된 K팝에 대한 호기심을 잘 이용해 적절한 음악과 타이밍으로 타겟 팬층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시장에 맞는 활동전략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버니 조 대표는 "온라인과 SNS를 통한 활동도 좋지만 일단은 미국 땅을 밟아야 할 것"이라며 "싸이처럼 유창한 영어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각종 음악 페스티벌에도 많이 모습을 드러내고 비아시아계 뮤지션들과 공동작업도 많이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션의 진행을 맡은 빌보드의 시니어 에디터 필 갈로는 "오히려 미국 음악계에서 K팝의 인프라 스트럭처를 도입하고 배워야 할 것 같다"며 "이제 K팝은 '진출'이 아닌 '도약'과 '진화'를 고민할 때"라고 결론지었다.

1시간 여의 K팝 세션이 끝나고도 많은 이들이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패널들에게 몰려 질문을 쏟아내고 명함을 건넸다. 행사장 주변에 틀어놓은 K팝 뮤직비디오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물론이었다. '싸이 이후의 K팝'은 그렇게 이미 진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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