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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머리에 대한 두 가지 오해

New York

2012.10.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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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UC리버사이드 교수ㆍ인류학
인간의 머리는 엄청나게 크다. 절대적으로도 큰 편에 속하지만 몸집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크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인간이 머리가 큰 이유는 그 속에 들어있는 두뇌가 크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각 신경세포는 몇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 두뇌는 매우 비싼 장기다. 두뇌를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는 지방질로써,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듯 큰 대가를 치르고 만들어 낸 머리는 유지하기에도 비싼 값을 부른다. 머리를 쓰고 있을 때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있을 때에도 기초 신진대사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인류 진화 역사에서 대부분 시간은 먹을 것을 찾는데 투자됐다. 그렇게 찾아온 귀한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 장기를 만들고 유지하는데에 썼을 리는 없다. 인간의 큰 머리는 제대로, 충분히 사용되고 있다.

왜 이렇게 인간의 머리가 커졌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라는 가설과 집단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가설 두 가지가 있다. 어떤 가설이 맞든 간에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저장해 두고 다양하게 쓰는 기능을 하는 것이 두뇌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두뇌에서 순간 순간 작동하는 부분은 극히 미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 저장되고 진행되는 정보처리를 위해 머리는 커야만 했다. 마치 우리가 매일 쓰는 컴퓨터의 하드, RAM이나 프로세스는 순간 순간 일부만 사용하더라도 좀 더 큰 하드, 보다 빠른 RAM이 필요한 이치와 같다.

두번째 잘못된 생각은 머리가 '굳어진다'는 속설이다. 태어나서 계속 자라는 두뇌는 일단 어른이 되고 나면 더이상 바뀌지 않은 채 죽을 때까지 같은 상태로, 아니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빠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어른의 머리도 계속 바뀐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의 머리와 어른의 머리는 서로 다른 측면에 비중을 둘 뿐이다. 두뇌 세포를 만들면서 커가는 아이의 머리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서 쌓는 기능에 초점을 둔다. 반면 어른의 머리는 쌓여있는 정보를 연결해 말이 되게끔 하는 일에 초점을 둔다. 어른의 머리는 이전에는 연결하지 않았던 정보끼리 새로운 연결점을 계속 만들어낸다.

인간의 큰 머리는 평생 제대로. 충분히 사용되고 계속 바뀌어 나간다. 뉴스에서는 노년에 들어서면 두뇌를 자극하는 여러 가지 게임을 하라고 재촉한다. 머리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자는 뜻이리라. 그러나 두뇌 게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했던 경험들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연습이다.

노화가 진행되는 몸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빠지는 머리는 열린 마음을 가지면 매일 새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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