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하는 영화 '007 스카이폴'과 '링컨'으로 관객을 찾는 '액션 영웅' 제임스 본드와 '영웅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주인공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두 영화의 주연 배우 이름 또한 모두 '대니얼'로 같다. 한 쪽은 세련되고 강한 액션을, 다른 한 쪽은 19세기 전쟁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영화의 색깔은 전혀 다르다.
첩보원 본드가 최신식 무기를 동원해 적과 벌이는 사투, 그리고 최신식 무기는 없지만 고전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링컨의 리더십, 당신이라면 어떤 영화를 선택할까. 두 영화를 살펴본다.
◆007 스카이폴=23번째 '007' 시리즈가 돌아왔다. 1962년부터 매력적인 첩보원으로 여심을 울린 제임스 본드. 잘생긴 외모에 딱 떨어지는 정장, 흠 잡을 데 없는 액션, 그리고 스파이라는 은밀한 신분. '강한 남자''나쁜 남자''거부할 수 없는 남자'. 남자의 로망이자 여자의 로망이 따로 없다.
지난 50년 동안 본드의 매력 발산은 숀 코너리로 시작해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등 배우들의 몫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옴므파탈' 본드의 매력은 여전히 007팬들을 매료시킨다. 이번에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본드로 변신해 2006, 2008년에 이어 다시 한번 카메라 앞에 섰다. 이번 영화의 경우 올해 그래미상을 휩쓴 영국 여가수 '아델(Adelle)'이 영화와 같은 제목의 테마곡을 불러 더욱 화제를 모았다.
지난 여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열린 깜짝 007 퍼포먼스를 기억하는가. 그 본편, '007 스카이폴(007 Skyfall)'이 9일 개봉된다. 영국 왕실 근위대가 영화의 월드 프리미어를 장식하고 찰스 왕세자 부부도 참석하는 등 영국 왕실도 들썩거리게 하는 그 영화다. 영화 자체라기보다는 007과 우리가 함께 지내 온 세월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한 셈이다.
21세기형 제임스 본드를 완벽하게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니얼 크레이그.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달리는 열차 위에서 결투를 벌이고 죽음의 고비에서 부활하는 등 적 '실바'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감독은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2008)''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 1999)' 등을 연출한 샘 멘데스. 배우 케이트 윈슬렛의 전 남편이다.
◆링컨=대선이 끝난 지금처럼 이 영화를 보기 좋은 시기가 또 있을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뭉쳐 '대작'을 만들어냈다.
자전적 전쟁 영화로, 도리스 굿윈이 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자서전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을 기초로 한다. 링컨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집중조명한 영화다. 노예해방령 선언 150주년(발효 1863년 1월 1일)을 맞아 개봉돼 의미가 더욱 크다.
스필버그 감독은 남북전쟁이 끝날 무렵을 배경으로 설정해 노예제도 폐지 등 링컨 대통령이 이룬 업적들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는 "역사책에서 포즈만 잡고 있는 링컨 대통령이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미국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한 대통령 중 한 명이자 세계를 위해 일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주연을 맡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 또한 시상식 '단골 배우'다.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s, 1992)' 등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를 미리 접한 평론가들에 따르면 이번 영화에서 '링컨' 그 자체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역할에 몰입했다는 증거일 터, 본래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를 작업했던 리암 니슨이 캐스팅 됐으나, 그는 '배역에 비해 나이가 너무 많다'고 말하며 물러났다.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