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느림보 거북아! 어떻게 하면 그렇게 느릴 수 있냐? 하하하.”
사슴은 늘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나르는 거북이를 비웃었어요.
“그게 걷는 거냐, 기는 거냐? 그러다 집에는 내일 도착할래?”
거북은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어요.
“흥, 억울하냐? 억울하면 달리기에서 나를 이겨 보지 그래? 그럼 다시는 너를 놀리지 않을 테니까!”
“좋아, 한번 해 보자! 만약 내가 지면 등껍질을 너한테 줄게.”
거북은 오랫동안 놀림받아 온 게 억울해서 큰소리를 쳤어요. 하지만 정말로 경주에서 이길 자신은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온 거북은 친구들과 회의를 했어요.
“이 짧은 다리로 어떻게 사슴을 이기지?”
“그렇다고 매일 사슴한테 당하고만 살 순 없잖아.”
“맞아, 이번 기회에 사슴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는 거야!”
거북들은 같은 조건으로 싸워선 사슴을 이길 수 없다는걸 알았어요. 그래서 머리를 쓰기로 했지요.
드디어 사슴과 거북의 달리기 경주가 시작됐어요. 두 개의 마을을 지나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마라톤 경주였지요.
“거북이 한 번 돌아올 시간이면 나는 백 번을 돌겠다.”
사슴은 경기를 보러 온 숲 속 동물들에게 큰소리를 쳤어요.
“준비, 출발!”
사슴은 열심히 달려서 첫 번째 마을에 도착했어요.
‘헤헤. 느림보 거북이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겠지? 어디, 면도나 하고 갈까?’
사슴은 결승점에서 멋있게 보이려고 이발소에 들어가 면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거북이 벌써 이발소 앞을 지나가는 게 아니겠어요?
사슴은 깜짝 놀라 면도를 하다 말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서둘러 달린 사슴은 곧 두 번째 마을에 도착했어요.
‘음, 맛있는 냄새! 배고픈데 밥 좀 먹고 가야겠다.’
사슴은 거북이 이 곳까지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바로 그 때 거북이 식당 앞을 지나고 있지 뭐예요?
사슴은 밥을 먹다 말고 뛰쳐나왔어요.
‘아! 드디어 사슴이 오는군.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거북 한 마리가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결승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어요.
맞아요! 거북이들이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마을마다 미리 가 있었던 거예요.
물론 마라톤 경주는 거북의 승리로 끝났지요. 거북은 숲 속 동물들의 환호성을 받았고, 사슴은 웃음거리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