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에서 사는 삶, 바쁘고 숨 쉴 틈조차 없는 삶…. 이민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본격화 된 할러데이시즌, 뉴욕필하모닉의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며 멘델스존과 드보르작이 들려주는 이국의 정서와 쇼스타코비치의 격렬한 음악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23ㆍ24ㆍ27일 열리는 이번 공연은 멘델스존의 오페라 '이국으로부터의 귀향(Son and Stranger)' 중 서곡으로 시작돼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그리고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로 마무리 된다. 특히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에는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프랑크 페터 짐머만이 솔로이스트로 등장해 화제다.
◆쇼스타코비치=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75)가 1945~48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20세기에 작곡된 바이올린협주곡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 받는 명곡이다.
독재자 스탈린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제와 예술의 자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했던 쇼스타코비치는 당시 소련 당국이 반기지 않을 곡들은 깊숙이 숨겨놓으며 이 시기를 견뎠다. 이 곡 또한 서랍 속에만 갇혀 있던 곡으로, 스탈린 사망 2년 후인 1955년에야 초연돼 날개를 달 수 있었다.
바이올린협주곡 중에서도 박자나 슬로 카덴차(Cadenza.무반주 솔로)가 워낙 까다롭기로 유명해 웬만한 실력으로는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당시 이 곡 테스트 연주를 맡았던 바이올리니스트 베니아민 바스너는 "이 협주곡은 말도 못하게 어렵고 특히 솔로이스트에게 격렬한 곡"이라며 "숨 쉴 틈조차 없다. '바이올린의 신' 대접을 받는 오이스트라흐마저도 쇼스타코비치에게 (카덴차를 줄여달라고) 애원했던 게 기억난다"고 떠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선 연주가는 독일 출신 프랑크 페터 짐머만(Frank Peter Zimmerman). 묘기에 가까운 그의 현란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그는 1711년 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한다. 이 '명기'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직접 만든 바이올린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700대 가운데 하나다.
그는 전쟁터 속 군대를 이끄는 대장처럼 때론 빠르게 공격하며 날아다니듯이, 때론 슬픔 속에 묵직하게 연주를 선보인다. 특히 3악장 후반부 통째로 등장하는 카덴차에서 짐머만 연주의 백미를 맛볼 수 있다. 바람을 가르는 칼처럼 활을 움직이며 쉴새 없이 연주하는 그의 모습과 음악이 청중을 매료한다.
◆드보르작 '신세계로부터'=두말 할 것 없이 유명한 곡. 베토벤의 '운명''비창' 교향곡과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등과 함께 널리 알려진 명작이다. 안토닌 드보르작(1841~1904)의 교향곡 9곡 중 마지막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