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로뎀나무, 백향목, 종려나무…. 성경에는 다양한 인물 못지 않게 식물도 제법 많이 나온다. 나름대로 의미를 담고 있다. 가시나무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고난을 상징한다. 종려나무는 예수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많은 사람이 이 가지를 들고 '호산나, 호산나'를 외치며 기쁘게 맞아 승리를 뜻한다.
"싯딤나무가 작품의 주된 소재입니다. 이 나무를 통해 성도로 변화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화가 박지용(사진ㆍ참사랑교회) 집사가 지난해부터 성경에 나오는 나무를 그리고 있다. 다음달부터 열리는 올해 전시회에 출품된 11점 모두 싯딤나무만을 그렸다. 이번 전시회 주제 'In a dry and weary land'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가 애타게 찾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In a dry and weary land'는 성경에 나온다. 한국말 성경에는 '물이 없어 마르고 곤핍한 땅'으로 적었다. 이는 시편 63장 1절에 나오는 말로, '물이 없어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애타게 찾습니다. 온몸으로 주를 애타게 찾아 헤맵니다'를 함축하고 있다.
싯딤나무는 성지순례를 하다 보면 광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다. 애굽(현재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거친 땅에 듬성듬성 서 있다. 달콤한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고 잎이 풍성하지도 않다. 마디마디마다 가시가 돋아있고 볼품이 없다.
하지만 성경을 보면 이 쓸모 없는 싯딤나무로 소중한 법궤를 만들었다.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을 담은 이 법궤는 왜 못난 싯딤나무로 만들었을까.
박 집사는 "싯딤나무는 뒤틀린 가지와 가시, 그리고 단단한 옹이들 때문에 많은 가공을 거친 후에야 귀한 목재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 "뒤틀린 심성과 이기적 욕구 등을 연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변화된 삶을 갈구하는 성도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지난해 작품과는 또 다르다. 지난해에는 성경에 나오는 그림을 그렸다면 올해는 싯딤나무와 함께 '비'가 내린다. 그는 "메마른 광야에서 성령의 단비만을 소망하고,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 삶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