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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Los Angeles

2012.11.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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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니로
장르: 코미디, 로맨스, 가족
등급: R


영화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은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깊이 있는 가족 드라마이기도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힐링 드라마이기도 한 작품이다.

지난 가을 제37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을 만큼 일반 대중에게 편안하고도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고도 코믹한 폭넓고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두 '정신병자'다. 남자 주인공 팻(브래들리 쿠퍼)은 아내와 직장을 모두 잃고 극도의 불안과 난폭한 성향으로 정신병원에서 한참을 보내고 막 사회로 나왔다.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그의 상태는 여전히 별로다. 약 치료도 거부하고 상담 치료 시간에도 삐딱하기만 하고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은 헤어진 아내에 대한 집착도 변함이 없다.

그의 인생에 갑자기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란 여자가 끼어든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우울증과 성격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는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려 해보지만 아픔과 상처는 더 커지기만 할 뿐이다. 이렇게 '이상한' 두 사람의 사이는 처음부터 계속 삐걱댄다. 팻은 티파니에게 끌리면서도 전 아내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려 하고 티파니는 성숙하고 안정되지 못한 태도들로 둘 사이 관계에 계속 초를 친다.

이상한 건 둘뿐이 아니다. 팻의 아버지(로버트 드니로)는 풋볼팀의 승리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팻과 티파니의 친구 부부도 겉으론 멀쩡해보이나 각자 속으로는 화를 안고 있다. 팻의 정신병원 친구였던 대니는 시도 때도 없이 병원을 탈출해 소동을 일으킨다. 모두가 조금씩은 비정상인 사람들뿐이다. 이 속에서 끊임없이 시달리기만 하던 팻은 댄스대회에 함께 나가주면 전 부인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티파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운 도전에 매진하고 그 속에서 조금씩 관계의 회복과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영화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은 아주 근본적인 따사로움을 가지고 있다. 병적인 면을 한둘씩은 가지고 있는 모든 캐릭터는 그대로 현대인의 초상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들을 비웃고 구별시키려는 태도가 아니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태도가 배어있다. '문제아'들로 낙인 찍힌 팻과 티파니의 상처 그들을 계속해서 벼랑으로 모는 환경에 주목하는 것은 물론이다. 거기에 그들과 비교해 딱히 정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다른 인물들을 뒤섞어 결국 이렇게 서로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게 우리네 삶이란 메시지도 던진다.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온전한 관계를 새로이 시작했을때 행복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지막 댄스대회 장면은 그래서 더욱 짜릿한 쾌감과 훈훈함으로 다가온다.

브래들리 쿠퍼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의 히로인은 단연 제니퍼 로렌스다. 까탈스럽고 공격적이지만 속은 한없이 연약한 티파니를 너무도 빼어나게 그려냈다. 내년도 시상식 시즌을 휩쓸고 다닐 그녀의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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