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열며] 미소의 가치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 교수의 지적대로 원하는 직장ㆍ집ㆍ차ㆍ옷 또는 배우자나 애인이 생겼을 때 느끼는 희열과 기쁨은 잠시일 뿐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그는 곧 출간될 책 '행복의 신화들: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법 한데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The Myths of Happiness: What Should Make You Happy, but Doesn't, What Shouldn't Make You Happy, but Does.)'의 저자이다.
미국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첫 키스는 황홀하지만 두 번째는 친밀하고 세 번째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동화작가 정채봉의 시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서 독백하듯 하는 말이다.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 이처럼 내 맘에 드는 얼굴을 본 적이 없어/ 나는 이 여인이 지나치는 모습 봤을 뿐이지만/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이 여인을 난 사랑할거야.' 이렇게 영국시인 바네입 구지는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인이 있지'란 시에서 실토한다.
어디 그뿐인가. 소월은 '초혼'에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절규했다. 류시화는 '그대가 내 옆에 있어도 난 그대가 그립다'고 했던가.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연인, 배우자, 부모, 형제, 자식, 벗, 그 누구라도 좋다.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욱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늘 떠오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목마른 이에게 물 한 모금, 배고픈 이에게 밥 한 술, 외로운 이에게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사람이 아닐까.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1937년 처음 놓인 이후로 수천 명이 평균 2주에 한 명 꼴로 이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그 중 한 명은 30대 남성으로 그가 집을 나서면서 자기 베개 머리에 이런 쪽지를 남겼다고 한다. "다리(금문교)까지 가는 동안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미소를 지어준다면 나는 투신자살하지 않겠다."
역사적으로 모진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한국인들은 고아처럼 무표정하다고 한다. 시애틀에서는 '키스학교'가 성업 중이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연애학원'이 인기라는데 우리도 마음의 구김살 좀 펴 보도록 거울이라도 보면서 미소 짓는 연습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서로 인상 쓰지 말고.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소는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요술처럼 기적 같은 일을 일으킨다. 주는 사람 허전하지 않고 받는 사람 넉넉하게 해준다. 비록 순간적이지만 그 기억 영원하다. 부자라도 미소를 모르면 불행하고 가난해도 미소가 있으면 행복하다.'
선의와 호감, 이해와 동정, 우정의 표시, 행복의 상징, 지친 사람에게는 안식, 낙담한 자에게는 희망, 슬픈 이에게는 위로요, 자연이 마련한 해독제, 미소는 돈 주고 살 수도 구걸할 수도 억지를 쓸 수 없는 것.
왜냐하면 풀꽃잎에 맺히는 밤이슬처럼,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어둠의 장막을 제치고 떠오르는 아침 햇빛처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처럼, 스스로 떠올라 나타날 때까지 그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는 이 세상 보배 중에 보배이기 때문이리.
신(神)이란 웃을 줄 모르는 청중을 상대로 한 코미디언이라고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말했는데 아마도 그래서 회교경전 코란에 "제 이웃과 벗을 웃게 하는 사람은 천국에 들어간다"고 했는가 보다.
페르시아의 이슬람학자 '바스라의 하산(Hasan of Basra)'이 했다는 우주의 수수께끼 같은 말을 음미해보자. '등불(촛불) 들고 가는 어린애를 보고(I saw a child carrying a light)/ 그 불을 어디서 가져왔느냐고 물었더니(I asked him where he had brought it from)/ 그 아이가 그 불을 혹 불어 끄고 말하기를(He put it out, and said): 자 이제 그 불빛이 어디로 갔는지 말해보세요(Now you tell me where it is gone).'
이태상 전 언론인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