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직계 기준으로 모두 7명이다. 내 위로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가 아래로 딸과 아들이 있다. 모두 아이 엄마와 내가 공동으로 부양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처가 쪽으로까지 기준을 늘리면 장모 한 사람이 더 추가된다. 장모는 치매를 앓고 있는데 물심 양면으로 많은 부분 아이 엄마가 부양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8명 가족의 생계가 나와 아이 엄마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내가 시골 생활을 원한 건 무엇보다 자연을 닮은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생계 방식에 대해서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자급자족이 목표였다. 지난 1년 남짓 시골 생활을 해보니 농사가 주업인 내 입장에서는 자급자족을 하기에는 땅이 조금 부족했다. 전문가들마다 견해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자급자족을 위해 필요한 땅은 1인당 약 7000 스퀘어피트라고 한다. 대략 200평 가량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런 식이라면 우리 가족에게는 1600평 가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 엄마가 별도의 직업이 있으므로 당장 1600평 정도의 땅이 필요한 건 아니다.
현재 내가 소유한 경작지는 대략 1만5000스퀘어피트 즉 400평 정도이다. 내 생각으로는 아이 엄마가 현재처럼 도시에서 한 동안 일을 계속한다고 할 때 아쉬운 대로 우선 800~1000평 정도만 확보한다면 자급자족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400~600평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5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시골 동네로 들어올 때 3만5000스퀘어피트 즉 1000평 가량을 구입하려 했었다. 지난 1년 남짓 농사를 지어보니 그때 생각이 대충 맞았다. 하지만 당시는 자금 부족으로 땅을 원하는 만큼 사들일 수 없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충남 공주는 2007~2008년 땅을 보러 전국을 돌아다닐 당시 땅값이 그리 싼 편이 아니었다. 헌데 당시 땅값이 싼 오지로 가자니 나이가 들어가는 어머니 아버지의 생활이 크게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정쩡하게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공주에 땅을 구하게 됐다.
한국의 경기침체로 전국적으로 요즘 부동산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5~6년 전에 비해 땅값이 오히려 떨어졌다거나 현실화된 시골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동네는 꽤 가격이 오른 편이다. 요즘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상대적으로 가장 거세다는 세종시가 지척인 까닭이다. 상황이 이러고 보니 내가 땅을 좀 더 확보할 생각을 밝히면 친구들 가운데는 부동산 투기를 하려는 거 아니냐고 놀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내심을 말하자면 다소 불안하다. 농촌이 도시와 정면대결을 해서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골이 개발돼 아파트가 하나 둘씩 들어서거나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면 농사짓는 사람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땅을 팔고 더 시골 깊숙이 이사를 하거나 아니면 땅을 처분한 돈으로 도시에서 장사라도 하는 등 도시적 삶에 편입돼야 한다.
나처럼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턱없이 부족한 땅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주변 사람들한테 빚을 조금 지더라도 땅을 더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요즘 굳혀가는 이유이다. 땅을 추가로 구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뭔가 기술집약적인 생계 수단을 찾아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가구 만들기 같은 기술을 익힌다든지 버섯 재배나 양봉 혹은 화훼와 같은 전문농법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뭔가를 꼼꼼하게 전문적으로 하는 데는 매우 서투른 편이다. 그래서 자급자족하기에는 땅이 부족한 현실이 좀 불안하기도 하고 고민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애초 자급자족을 결심했을 때 각오해야 했던 일들이다. 나는 요즘 속으로 '궁즉통'을 자주 되뇐다. 궁하면 통한다. 이 세 글자는 내게 큰 자위이고 없는 배짱까지도 만들어내는 마력이 있다. 어찌하든 한번 사는 인생 최선을 다하되 나머지는 운명에 맡겨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