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월이 좋다. 올해는 따뜻한 12월이라 더 좋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카드가 온다. 문득 생각나 그 옛날의 은사님에게도 안부 인사를 보낸다. 사랑의 마음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삶이 고되어도 살아가는 기쁨은 크다.
길가로 나서면 저마다 뽐내는 크리스마스의 휘황한 불빛과 장식들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라디오나 TV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온통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이유 없이 기분은 상큼하다. 50년 동안 변하지 않고 듣는 캐럴은 오늘 들어도 지루하지도 않고 명쾌하고 즐겁다.
쇼핑센터나 작은 상점이나 사람들로 활력이 넘친다. 가족과 친지들 친구나 형제에게 줄 선물 사기에 바쁘다. 그래도 그 어느 달보다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이며 시간을 쪼개게 되는 12월이 좋다. 이 계절에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되어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어 감사하다.
한국에 있는 69살 정신지체아 정신연령 5세인 내 수양딸 다달이 조금씩의 성의에 이제는 엄마 보고 싶다는 맞춤법 틀린 글로 일 년에 딱 한 번 12월에 카드를 보내온다. 42살 신체 지체 내 수양아들에게도 장문의 편지가 온다.
추운 겨울이 아름다운 건 서로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을 생각하면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는 세월이라지만 그렇게 시간 앞에 겸허한 자세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은 행복한 추억이라고 한다. 12월이 있기에 나는 해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행복한 추억 속에서 젊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