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장르: 액션, 서부 등급: R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의 매력은 오묘한듯 명확하다.
철저히 '장르영화'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시종 총칼이 어지러이 부딪히고 선혈이 낭자해도 역겹고 끔찍하다는 느낌보단 화끈하고 통쾌하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영화 속 잔혹한 장면들이 그럼직한 '현실'이 아니라 지극히 영화적인 '설정'일 뿐이라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때문에 분명 잔혹한데도 쉽게 몰입이 되고 동시에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액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영화 '장고 언체인드(Django Unchained)'는 이와 같은 타란티노 감독표 영화의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현상금 사냥꾼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박사는 원하던 수배범들을 잡기 위해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의 도움을 받았다가 아예 파트너가 되기로 결심한다. 장고는 슐츠 박사와 다니며 돈을 벌어 헤어진 아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실력을 연마해간다. 고생 끝에 미시시피의 악덕 농장주 캘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밑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를 찾은 장고와 슐츠박사는 그녀를 되찾기 위한 필사의 싸움에 뛰어든다.
서부영화의 프레임을 가져다 쓴 '장고 언체인드'는 쉴새 없이 말을 타고 달리며 빛의 속도로 현상범들을 쏴죽이는 주인공들의 총솜씨를 보여준다. 거기엔 늘 근사한 음악이 곁들여진다.
컨트리 록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배경음악과 어우러지며 방아쇠를 당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장고가 캘빈가의 백인 총잡이들에 둘러싸여 일당백으로 총알을 쏴대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다.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잡는 장고가 슬로우 모션으로 잡히며 거기에 잔뜩 힘이 들어간 랩 음악이 깔린다. 그야말로 폼나는 장면이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진 않지만 영화 전반에 흑인의 인권이나 노예제도의 부당함이 자연스레 묻어나기에 그 카타르시스는 더욱 크다.
뚜렷한 인물의 캐릭터가 첨예하게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에너지 대결도 볼만하다. 부드러운 슐츠 박사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와 차가운 장고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의 에너지에 오랜만에 악역을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광기가 좌충우돌 폭주하며 엄청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능글맞은 집사 스티브역의 새뮤얼 잭슨도 맛깔스런 연기로 액센트를 더한다. 마지막 만찬을 함께 하는 이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화면 가득 잡아 오랜시간 보여주며 그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타란티노 감독의 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주인공 장고가 전형적 서부영화의 영웅처럼 사랑하는 여인을 구한 후 멋지게 돌아서 나가는 장면에선 저절로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그야말로 '쿨'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