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호숫가 마을에 마음씨 고운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소년은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약을 살 돈이 없어 어머니의 병은 자꾸만 깊어갔어요.
‘안 되겠다. 나가서 돈이 될 만한 일을 찾아봐야겠어.’
소년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며 집안을 둘러보다가 구석에 놓여 있는 밧줄을 발견했어요. ‘옳지! 저걸 가지고 나가서 사냥을 해야겠다. 뭐든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면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거야.’ 소년은 밧줄을 들고 산으로 향했어요.
“앗, 다람쥐다. 에잇!”
소년은 날쌔게 밧줄을 던져 다람쥐를 잡았지만, 갑자기 다람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다람쥐야. 넌 이제 나랑 친구가 되는 거야.”
주머니에 다람쥐를 넣고 다시 산길을 오르던 소년은 이번엔 제법 커다란 토끼를 발견했어요.
“토끼다, 토끼! 저 녀석의 하얀 털은 꽤 값이 나가겠는걸.”
소년은 잽싸게 토끼를 잡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토끼를 죽일 수는 없었지요. 결국 다람쥐, 토끼와 함께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선 소년은 커다란 곰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곰을 잡기엔 밧줄이 너무 낡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소년은 호숫가에 앉아 튼튼한 밧줄을 열심히 만들기 시작했어요.
바로 그 때, 호수에 사는 요정이 물 밖으로 나왔다가 밧줄을 만들고 있는 소년을 발견했어요.
“얘, 너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니 ” 소년은 요정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음, 뭘 하고 있냐면....” 잠시 생각을 하던 소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호수를 묶으려고 튼튼한 밧줄을 만드는 중이야!”
“뭐라구 우리 호수를 ”
요정은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소년이 호수를 묶어서 가지고 가 버리면 자신이 살 곳이 없어질 테니까요.
“음... 저기 있잖아. 나랑 나무 오르기 시합을 하자. 시합에서 네가 이기면 우리 호수를 가져가도 좋아.”
나무 오르기에 자신이 있었던 요정이 말했어요.
“그래 난 지금 밧줄 만드느라 바빠. 하지만 네 부탁이니까 동생보고 대신 하라고 할게.”
결국 다람쥐와 나무 오르기 시합을 한 요정은 보기 좋게 지고 말았지요. 화가 몹시 난 요정은 다시 소년에게 말했어요.
“이번엔 나와 멀리뛰기 시합을 하자. 이번에도 네가 이기면 호수를 가져가게 해 줄게.”
“좋아. 하지만 보다시피 난 너무 바쁘거든. 이번에도 내 동생을 대신 내보낼게.” 요정과 멀리뛰기 시합을 한 건 토끼였어요.
멀리뛰기 대장 토끼에게 진 요정은 더 이상 소년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졌어. 네가 원하는 만큼 돈을 줄 테니까 제발 호수는 가져가지 말아 줘. 부탁이야.”
“그래 좋아. 그럼 이 모자에 금화를 가득 채워 줘.”
소년은 요정이 금화를 가지런 간 사이에 모자에 구멍을 내고 땅을 파기 시작했지요. 요정은 금화를 가지고 와서 모자에 부었지만 넣어도 넣어도 모자는 채워지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구멍 난 모자를 통해서 커다란 구덩이에 돈이 가득 쌓였기 때문이에요.
‘정말 무서운 녀석이군! 세상에 이렇게 큰 모자는 처음인걸.’
요정은 돈주머니를 내던지고 멀리 다른 마을의 호수로 도망을 갔어요. 소년은 금화를 가지고 돌아와 어머니의 병을 고쳐 드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