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벤 플레이셔 출연: 션 펜, 자시 브롤린, 라이언 고슬링 등 장르: 액션, 범죄 등급: R
스크린 안에서 다른 배우들과 일 대 십으로 부딪혀도 전혀 그 존재감이 밀리지 않는 배우가 있다.
'갱스터 스쿼드(Gangster Squad)'의 션 펜이 딱 그렇다. 영화 속에서 션 펜은 1940년대 후반 LA지역을 완전히 접수한 권투선수 출신 무법자 미키 코헨을 연기한다. 고문 폭행 살인 마약밀매 돈세탁까지 그의 범죄는 끝이 없다. 경찰과 사법부마저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그의 대척점에 '타도 미키 코헨'을 위해 하나로 뭉친 드림팀이 있다. '미키 코헨의 범죄 왕국을 망가뜨리기 위해선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LAPD 수장의 비밀스런 묵인 아래 모인 최고의 경관들이다. 이들은 비상한 두뇌와 최고의 사격실력 각종 기술력을 총 동원해 미키 코헨을 몰락시키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 이 역할들을 맡은 배우들도 쟁쟁하다. 경찰 수장 닉 놀테를 꼭짓점으로 자시 브롤린 라이언 고슬링 앤서니 맥키 지오바니 리비시까지 연기파만 골라 세웠다.
미키 코헨은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고 경찰들은 지속적으로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켜 가며 그를 압박한다. 스토리 전개상 무게는 점차 경찰 쪽에 실리고 선과 악의 경계는 점차 뚜렷해진다. 하지만 미키 코헨 역의 션 펜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영화 끝까지 갈등과 대립의 저울을 팽팽한 균형치에 머물게 한다. 벼랑 끝으로 밀릴수록 그의 눈빛은 더 악랄해지고 그 악행은 더 포악해진다. 권선징악 적 결말이 뻔한 범죄드라마의 프레임 안에서 2시간이란 러닝 타임을 서늘한 긴장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의 공이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재즈 클럽이나 철벽 요새와 같은 자신의 집에서 입술을 씰룩이고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들어가며 허스키하고 야비한 목소리로 음모를 꾸밀 때마다 션 펜의 연기 저력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그의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나머지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빛을 바란 면이 없지 않다. 앞뒤 안 가리는 존 경관(조시 브롤린)이나 겉멋만 잔뜩 든 제리 경관(라이언 고슬링)의 경우는 영화 전체의 핵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철딱서니 없는 엉성한 경찰 같은 인상만 준다. 캐릭터의 매력도 자연히 떨어진다.
1940년대 무법천지였던 LA를 그려내기 위해 너무 멋을 부린 배경 탓도 있다. 자욱한 담배연기나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중절모를 까딱거려가며 총을 쏴 대는 경찰들의 모습은 꽤 멋있으면서도 다소 '폼만 잰다'는 느낌을 준다. LA한인타운 인근 파크 플라자 호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마지막 총격 신은 그 절정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이에 놓고 어지러이 오가는 총알과 파편을 슬로우 모션으로 길게 잡아낸 장면은 오히려 가장 스릴 넘치는 순간의 재미를 깎아먹는 우를 범했다.
'갱스터 스쿼드'는 당초 2012년 할러데이 시즌을 겨냥해 개봉하기로 돼 있던 작품이었지만 지난 여름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에서 벌어졌던 총격 사건 탓에 '너무 폭력적'이란 워너 브라더스의 자체 평가로 해를 넘겨 개봉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그만큼 영화 속 액션신이 잔혹하단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