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재에 가격을 정할 수 없지만 불행하게도 가격은 존재한다. 특히 한국의 유물은 경매시장에서 희소가치가 높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Christie's) 뉴욕 지사는 경매시장에서 한국 유물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와 같다. 경매회사로서는 유일하게 1992년부터 20년간 매년 3월과 9월 2차례 '일본과 한국 예술품(Japanese and Korean Works of Art)' 정기 경매전을 열고 있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크리스티가 1991년 10월 첫 한국 단독 경매를 연 것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본지가 입수한 크리스티 도록에 따르면 첫 단독 경매는 이보다 5년 앞선 1986년 10월 16일이다. 당시 '로버트 무어 컬렉션'의 주요 한국 도자기 182점을 매물로 내놨다.
이 경매에서 최고가는 조선 청화 백자 용문항아리로 8만 달러에 팔렸다. LA카운티 미술관에 전시됐던 이 유물은 지금 시세로 따져도 16만 달러 가량에 불과한 헐값에 팔렸다.
하지만 26년이 흐른 지금 한국 유물은 없어서 못 파는 희귀 예술품이 됐다. 첫 한국 단독 경매에서 8만 달러에 낙찰된 용문항아리는 이젠 박물관의 '필수 예술품'으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티가 공개한 한국 유물 낙찰가 상위 10점 중 용문항아리가 4점이라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최고 낙찰가 1위도 용문항아리인 백자 철화 운용문호다. 1996년 10월 일본인 소장가가 내놓은 이 도자기는 한국 유물 사상 최고액인 841만7500달러에 낙찰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유물 가치의 고공행진은 연간 경매액 추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크리스티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지난 10년간의 한국 유물 경매 기록을 본지에 최초로 공개했다. 총액은 4613만609달러다. 매년 460만 달러가 거래된 셈이다. 이 기간 중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듬해 2009년을 제외하고 한국 유물 경매 총액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참조>
크리스티는 2002년 이전 10년 기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고가 상위 10점 중 6점이 2002년 이전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20년간 총액은 1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