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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Be Back…한국감독 김지운과 함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돌아왔다

Los Angeles

2013.01.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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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STAND
라스트스탠드 (TheLast Stand)
감독: 김지운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자니 낙스빌, 포레스트 휘태커 등
장르: 액션
등급: R


김지운 감독이 만들었다. 그가 5000만 달러 제작비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찍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많은 한인 영화팬들에게 '라스트 스탠드(The Last Stand)'를 봐야 하는 합당한 이유는 만들어진 셈이다.

거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돌아왔다. '터미네이터 2'에서 '알 비 백(I'll be back)'이라며 용광로 속으로 사라져갔던 그였다. 그래서인지 영화팬들은 그의 귀환을 보며 이렇게 외친다. '히 이즈 백! (He is back!)'이라고.

이쯤 되면 '애국심'을 덜어내고라도 이번 주말 별 다른 고민 없이 '라스트 스탠드'를 보기 위해 가까운 상영관으로 갈만한 이유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다가 아니다. 김지운 감독과 슈워제네거의 단순한 '이름값'을 넘어서는 폭발적 재미가 그 안에 있다.

그 첫 번째 요소가 '웃음'이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나 '악마를 보았다' 등을 떠올려 어둡고 잔혹한 액션이 영화 전체를 지배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가벼운 코믹터치들로 가득하다.

시작부터 그렇다. 한가롭게 도넛이나 먹으며 오밤중에 고속도로를 지키던 순찰대원이 번개처럼 지나가는 탈주범의 차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준다. 이후로 시작될 '라스트 스탠드'의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순박한 시골동네 사람들과 극악무도한 악당의 언밸런스한 대결이 '라스트 스탠드'의 핵심이니 말이다.

이 코믹터치들도 맥락 없이 투하되는 개그가 아니다. 모두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나는 유머들이다. 주인공 레이 오웬스 셰리프 역을 맡은 슈워제네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치미 뚝 뗀 채 여기저기서 불시에 관객을 웃긴다.

FBI 요원 존(포레스트 휘태커)과 날카로이 신경을 곤두세운 채 통화를 할 때나 악당들과 맞서 노구를 던져가며 총격전을 벌일 때 탈주범 가브리엘(에두아도 노리에가)과 최후의 일전을 벌일 때 모두 예상치 못 한 유머가 등장해 객석의 곤두선 긴장감을 자유로이 주무른다. 슈워제네거만이 소화할 수 있는 묵직한 액션 뒤 기막힌 리듬의 코믹한 대사 처리가 나올 때마다 그를 그리워 했던 팬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질 정도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동네 '돌아이' 루이스 (자니 낙스빌)나 그저 조용히 살고 팠던 소심한 경관 마이크(루이스 거즈먼)도 웃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스쿨버스 안에서 온갖 총기로 악당과 맞서 전면전을 치르는 루이스가 모자란 악당 등 뒤로 폭죽 탄을 쏠 때나 잔뜩 긴장한 채 적과 대치한 마이크가 너무도 엉성하게 경찰차 뒤로 몸을 숨기는 장면에선 도저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평범한 액션도 새롭게 그려낸 솜씨 또한 빼어나다. '라스트 스탠드'는 할리우드가 한국이란 먼 나라에서 김지운이라는 '새로운 피'를 수혈한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굉음을 내뿜으며 헬기까지 따돌린 채 초고속으로 멕시코 국경을 향하는 탈주범 가브리엘의 광기와 속도감은 전율을 일게 한다. 스쿨버스를 사이에 놓고 일대 총격전을 벌이는 슈워제네거 일파와 악당들의 전면전도 흥미진진하다. 버스 뒷문을 열어젖힌 채 기관총을 쏴 대는 장면이나 운전석 밑바닥에서 총을 쏴 악당을 처단하는 장면은 잔인하기보다 통쾌하고 시원하다. 레이와 가브리엘이 마지막 추격전을 벌이는 옥수수밭 장면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창문에 내려와 꽂히는 옥수수 줄기를 헤치며 엄청난 속도감과 순간의 정적을 교묘히 교차시켜가며 빼어난 자동차 추격신을 완성해냈다. 이후에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지은 다리 위에서 펼치는 맨몸 액션 또한 생동감이 펄떡펄떡 넘친다.

이것 저것 다 떼고 아무 편견 없이 아주 재미난 액션 영화 한 편 본단 생각으로 '라스트 스탠드'를 즐겨도 충분할 듯 싶다. 화끈한 재미가 넘친다.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기고 나면 영화가 끝난 후 등장하는 김지운 감독의 이름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될 각오쯤은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 속 숨은 재미

▶ '라스트 스탠드'의 제작자인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는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친한파' 프로듀서다. '트랜스포머'시리즈와 '솔트' '레드' 등의 블록버스터를 제작해 온 보나벤추라는 '지.아이.조'를 통해 배우 이병헌을 할리우드에 진출시킨 데 이어 이번 영화로 김지운 감독을 할리우드에 안착시키는 공을 세웠다.

▶ 영화 속에서 탈주범이 타고 도망가는 수퍼카는 콜벳 ZR1 이다. 1000마력의 힘을 갖고 시속 250마일로 질주하며 헬기까지 따돌리는 '괴물'차로 나온다. 김지운 감독은 촬영을 위해 속도감을 경험해보고 싶어 이 차를 탔다가 3초만에 뛰어내리고 싶을만큼 공포를 경험했다며 "인간이 만들어낸 괴수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통해 시너지를 낸 바 있는 GM측은 '라스트 스탠드'를 위해서도 콜벳 ZR1을 6대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통 큰 배포'를 보여줬다. 김지운 감독은 촬영 중 심하게 파손된 ZR1을 보고 난감해 하던 차에 한 스태프가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이 생긴 새 차를 금방 몰고 오는 것을 보고 할리우드에 온 것을 실감했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 극악한 탈주범 가브리엘 코테즈 역을 맡은 에두아도 노리에가는 '라틴권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 불리는 수퍼스타다. 연기력과 티켓 파워 실험정신까지 갖췄다고 평가받는 그는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의 주인공 역할을 비롯 '체 게바라'에서 타이틀 롤을 맡는 등 대활약을 해왔다.

▶ 영화 속 배경인 애리조나 서머튼 국경 지역은 실제로는 뉴 멕시코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뉴 멕시코 변두리 알버쿼크 지역에서도 30마일이나 떨어진 황량한 공터에 세트를 짓고 영화 속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촬영지가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공간이었던 만큼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쉬는 시간을 함께 즐기며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뒷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국 스태프의 촬영 즉시 편집에 "미친 실력" 감탄
영화제작 현장 '생생한 뒷얘기'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를 통해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1호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그는 '라스트 스탠드'가 새로운 감각과 탁월한 오락성의 액션 영화로 호평을 받을 수 있게 완성한 것은 물론 할리우드에 우수한 한국 영화인을 여럿 소개하는 '공'을 세웠다.

베일을 벗은 '라스트 스탠드'가 많은 관객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즉 불시에 '깨알 웃음'을 터지게 하는 재치있는 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맨 처음 주인공 역으로 리암 니슨이 거론됐을 때만 해도 김지운 감독은 '아버지적' 액션과 감성이 지배하는 묵직한 분위기로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대신 그 자리를 꿰차면서 그의 스마트한 유머감각을 최대한 영화에 녹여낼 수 있는 방향으로 톤을 급전환했다고 귀띔했다. 슈워제네거에 이어 미국식 엽기 코미디의 진수 '잭애스(Jackass)'의 히어로인 자니 낙스빌까지 캐스팅되며 '라스트 스탠드'에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머가 한층 풍부해질 수 있었다.

특히 자니 낙스빌은 '라스트 스탠드'가 젊은 관객 층의 관심을 받게 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할리우드 최고의 '돌아이'로 꼽히며 수많은 골수 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대한 향수와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한 20~30대 남자 관객층을 '라스트 스탠드' 상영관으로 끌어 모으는 원동력이다. 30대 이상 관객층을 슈워제네거가 책임진다면 그 이하의 관객들은 낙스빌이 책임지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를 만들며 배우 대니얼 헤니를 영화에 출연시킨 것은 물론 김지용 촬영감독 모그(이성현) 음악감독 양진모 현장 편집기사도 함께 할리우드에 진출시켰다. 김지운 감독은 "한국 스태프들의 영화적 바탕과 능력이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훌륭한 점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며 이들의 활약에도 큰 의의를 뒀다.

특히 한국의 현장편집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점은 할리우드에 작은 파란까지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지운 감독은 "처음엔 '내일이면 편집본을 볼 수 있는데 왜 현장편집을 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들도 한국인의 빠른 손과 감각으로 막 촬영한 장면을 척척 붙여 편집해 놓으니 정말 놀라워 하더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 중에서도 아카데미 수상경력에 빛나는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건 완전히 미친 실력이다"라고 경이를 표하며 자신의 다음 영화에 양진모 편집기사를 '캐스팅'하겠다고 공언했다는 후문이다.

김지운 감독은 20일 귀국해 한국에서 영화 한편을 완성한 후 내년 초 차기작을 위해 다시 할리우드를 찾을 예정이다.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계약 전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 없던 사이파이 누아르나 지능적 액션물을 해보기 위해 얘기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장면마다 섬세한 작업 경이로워"
슈워제네거에서 직접 물어본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게 있어 영화계를 떠난지 8년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할리우드 복귀작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를 통해 슈워제네거에게 완벽한 컴백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시치미 뚝 뗀 코미디와 화끈하고 묵직한 액션. 슈워제네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두 가지다. 거기에 이제 노년에 접어든 슈워제네거의 캐릭터도 살뜰히 살려냈다. 깊게 패인 주름 굼떠진 움직임 꽉 막힌듯한 말투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전면에 내세워 더 통쾌하고 허를 찌르는 액션을 완성했다. 슈워제네거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지운 감독에 대한 극찬을 쏟아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슈워제네거에게 김지운 감독과 일한 소감을 직접 물었다.

-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놀라웠다. 영어가 유창하지도 않은 사람이 어쩌면 매 장면마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그토록 섬세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경이로울 정도였다. 대부분은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그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활기찬 사람이었다. 직접 온몸으로 시범을 보이는 열정도 대단했다. 여차하면 휴대폰을 던져둔 채 직접 바닥을 구르고 머리를 부딪쳐가며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보여줬다. 명확한 비전을 지녔고 카메라 움직임과 스토리 텔링에 있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혁신적 스타일을 선보였다. 협동심을 갖춘 팀 플레이어라는 점도 대단했다.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했던 외국인 감독들도 할리우드에서 독불장군식으로 영화를 만들다 크게 실패한 전력이 많은데 김지운 감독은 프로듀서와 스태프 배우들의 말을 늘 경청했고 수렴했다. 그를 할리우드로 데려온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가 큰 일을 한 셈이다."

- 김 감독의 전작을 본 적이 있나.

"가장 처음 본 작품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다. 영화의 스케일과 그 안에 담긴 액션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어서 '악마를 보았다'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을 봤는데 하나 하나 볼 때마다 김 감독에게 더 빠져들게 됐다. 재능의 폭이 정말 넓은 감독이다.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 '라스트 스탠드'에서도 그 장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

"묵묵히 감독 주문 따르는 모습에 감격"
김지운 감독이 본 할리우드 스타


"속된 말로 영화 찍을 때 배우를 많이 '타는' 편인데 아마 '라스트 스탠드'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역시 배우들과의 작업 아니었나 싶다. 배우들 스케줄 잡기가 만만치 않아서 사전 리딩을 한국만큼 충분히 하지는 못했지만 배우들이 워낙 프로페셔널하고 훈련이 잘 돼 있어서 감독이 원하는걸 금방 따라 잡았다.

특히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그 어떤 주문도 마다하지 않았다. 운동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무수한 반복 촬영에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만족스럽게 나왔냐'며 스마트하게 대해줬다. 현장 피디가 촬영 속도나 진행이 좀 느려지는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면 '감독이 확실한 판단이 설 때까지 기다려라'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힘을 많이 얻은 것도 사실이다.

주조연이긴 하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포레스트 휘태커와의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그에게서 아티스틱한 면을 많이 봤다. 큰 산 같기도 육중한 바위 같기도 했다. 그의 대본을 살짝 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 시나리오 노트보다 더 빽빽하게 쓰여져 거의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런 오락 영화 안에서도 배역의 동기와 당위를 찾으려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새삼 배우에 대한 내 믿음에 확신이 더해졌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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