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이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바이츠 오브 더 테일(Bites of the Tale)'로 2013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쇼트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하일라이트 부문에 초청된 주인공이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와 만 서른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외모를 지녔지만 작품은 영 딴판이다. '바이츠 오브 테일'엔 만성 위장병에 시달리는 아내와 지극히 직업적 태도로 그녀를 대하는 담당의사 뱀을 잡기 위해 공터를 헤매는 남편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일러 바치는 여동생까지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모두가 꼬리에 꼬리를 문채 구하고자 하는 정답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9분짜리 짧은 단편이지만 서로 다른 가치를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이 서늘하게 그려져 보는 이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김 감독의 15살에 아이들와일드 예술학교로 유학와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를 졸업하고 LA지역을 중심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며 광고와 뮤직비디오 개인 작품 활동 등을 겸하고 있다.
-첫 선댄스 참가 소감은.
"기분이 정말 좋다. 여러 페스티벌을 가봤지만 선댄스는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 훨씬 재미있다."
-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나.
"어두운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종이 위에 손으로 그려 일일이 스캔한 드로잉을 좋게 보는 분들도 꽤 있는 듯 하다. 같은 부문에 초청된 스페인 감독은 '진짜 잘 그렸고 진짜 이상하다'고 해주시더라. 기분은 좋았다."
-어떻게 착안하게 된 작품인가.
"나이가 들면서 '정답'을 찾는다는 게 참 힘들단 생각을 하게 됐다. 서로의 생각에 누구도 동의하거나 만족하지 못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가 티미해져 그 무엇도 결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답을 갈구하고 원하는 바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작품 전체에 나오는 뱀의 이미지는 최근 내시경을 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바이츠 오브 더 테일'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흔히 애니메이션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귀엽고 재미난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전개가 확실한 스토리텔링도 아니고 모션이 크지도 않다. 대신 상징적이고도 여러 레이어가 깔려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애니메이션 그 자체에 있어서는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 등 아주 조그만 모션들에 많이 신경을 썼다."
-평소에 영감은 어디서 얻나.
"매일 일기를 쓴다. 고민거리가 있을때면 뭔가를 계속 써내려가며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셀프 힐링을 하는 편이다. 사람의 심리나 인간 관계 특히 문제가 있거나 불안한 심리와 관계에 관심이 많다. 거기서 많은 아이디어가 오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바이츠 오브 더 테일'을 여러 다른 영화제에 출품 중이다. 조만간 판화 작업에도 좀 도전해보고 싶다. 한국 사람을 그리진 않아도 한국 사람의 정서가 묻어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 더 많은 한국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