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미국에 보여준 것만으로 큰 의미"…월드 시네마 드라마 부문
'지슬' 오멸 감독
영화 '지슬'로 2013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월드 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오멸 감독은 선댄스를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 정의했다. 동시에 '지슬'을 초청한 선댄스를 통해 "나에겐 미국이 얼마나 건강한지 느낄 수 있었던 기회"라고도 설명했다.
'지슬'은 1948년 4.3사건 당시 미군이 해안가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리자 내륙 동굴에 모여든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을 우리 전통의 제사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제주출신인 오멸 감독은 충무로에는 낯선 이름이다. 공연.축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그 동안 제주를 배경으로 '어이그 저 귓것' '뽕똘' 등의 독립영화를 만들어왔다.
-처음으로 선댄스에 와 미국 관객과 만나게 된 소감은.
"솔직히 선댄스의 분위기를 잘 몰랐는데 주변 사람들 특히 제주분들의 반응을 보고 '오기 힘든 데 온것이구나' 실감을 하게 됐다. 4.3 이야기를 미국 본토에서 보여준다는 데 대해서는 기대 반 부담 반이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생각은.
"어렸을 때는 미국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다 나이가 드니까 반미 감정이 생기더라. 하지만 '지슬'은 미국을 탓하는 영화는 아니다. 어느 나라건 역사 속에서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있을테니까. 미국이란 나라가 다른 나라의 역사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던지를 보여줬을 뿐이다. 이번에 선댄스에 초청받으면서 느낀 점인데 제 3세계 소국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미국이 문화예술적으로 참 건강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선댄스가 '지슬'의 어떤 점을 높이 샀다고 보나.
"영화가 제의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그 부분이 장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흑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질감에 신경을 많이 쓴 점도 좋게 봐준 것 같다."
-특별히 흑백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나.
"제주도는 한국 최고의 관광지다. 바다와 억새풀이 갖고 있는 컬러풀한 이미지 있다. 하지만 그 아래는 아픈 역사와 슬픔의 색이 있다고 봤다. 영화 자체를 화려한 색상 속에 가려진 슬픔의 색으로 설정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한국화를 전공한 점도 영향을 줬다."
-앞으로의 계획은.
"로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초청됐다. 한국에서는 4.3사건의 발단일이었던 3월1일 제주에서부터 개봉할 예정이다. 3주간 제주도에서만 먼저 개봉할 예정인데 그 동안 관객 1만명을 채우는게 목표다. 지역 영화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이후 서울로 이어 와 두달 동안 상영하는 동안 3만명을 채웠으면 한다. 4.3 당시 돌아가신 분들이 공식적으로 3만여명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듯 하다. 그 정도 관객이 극장에 와준다면 '도가니'가 그랬듯 '지슬'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러길 바란다."
파크시티=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