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한국인에게 물어보자. 비틀즈를 좋아하냐고. 열에 아홉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비틀즈는 위대하고 영원하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어보자. 비틀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냐고. 비틀즈의 탄생과 초창기 활동상 비틀즈를 거쳐갔던 옛 멤버들 그리고 그들의 러브스토리….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적어도 스튜어트 서트클리프라는 이름 정도는 알아야 비틀즈의 팬이라고 드러머하면 링고 스타 이름보다 피트 베스트가 먼저 튀어나와야 골수 '비틀매니아'라고.
LA다운타운 뮤직센터내 어맨슨 극장에서 공연 중인 '백비트(Backbeat)'는 비틀즈 팬을 자처하는 모두를 위한 연극이다. 비틀즈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작품 전반에 실제 배우들의 연주와 노래가 깔린다. 하지만 뮤지컬보다는 정극에 가깝다. 노래와 춤을 통해 스토리가 전개되는 형식이 아니고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에 더 큰 비중을 둔 작품이기 때문이다.
'백비트'는 비틀즈가 처음 태동했던 196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 이 시절 비틀즈는 5명이었다. 존 레논이 영국 리버풀 예술학교에서 만난 스튜어트 서트클리프를 비틀즈의 베이시스트로 영입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트클리프는 뮤지션이기보다는 빼어난 화가에 가까웠던 아티스트였다. 존 레논과의 돈독한 우정으로 얼떨결에 밴드에 합류하게 된 그는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그리고 당시 드러머였던 피트 베스트와 함께 독일 함부르크로 투어를 떠나고 그 곳에서 여성 사진작가였던 아스트리드 키르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당시 그녀는 비틀즈의 열혈팬이자 훗날 비틀즈의 최측근이 된 클라우스 부어만의 여자친구였다.
비틀즈의 함부르크 활동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조지 해리슨이 불법 취업으로 적발당하며 위기에 빠지고 다섯 멤버들은 모두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한다. 밴드와 연인 사이에서 음악과 미술 사이에서 갈등하던 서트클리프는 결국 비틀즈를 탈퇴하고 연인의 곁에 남지만 갑작스런 병으로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다. 새 드러머 링고 스타를 영입하고 데뷔 싱글을 발표하며 본격적 인기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는 4인조 비틀즈의 승승장구와 교차되며 더 큰 비극으로 기억된 죽음이다.
'백비트'는 이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펼쳐낸다. 극적 효과를 위해 시간의 순서를 다소 뒤바꾸기도 했지만 모든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이다.
함부르크와 리버풀의 클럽을 오가며 멤버들이 펼치는 공연 장면은 극 내내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한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꼼꼼한 분장으로 얼핏 비틀즈 멤버들의 젊은 시절 모습과 오버랩될만큼 비슷한 모습으로 무대에 선 이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조지 해리슨이 솜털 보송보송한 열일곱 소년이던 1960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공식 데뷔 전이라 우리 귀에 익숙한 비틀즈의 곡들을 들을 수는 없지만 당시 즐겨 커버했던 'Johnny Be Good' 'Long Tall Sally' 등을 비틀즈식으로 재해석한 버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하일라이트는 커튼콜이다. 모든 출연진이 무대 위로 뛰어 나와 비틀즈의 곡들을 메들리로 연주한다. 관객은 금방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I Wanna Hold Your Hands' 'Love Me Do' 등을 연주하는 극 중 비틀즈 멤버들과 동화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비트에 몸을 싣는다. 비틀즈가 '록밴드'였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연극 '백비트'는 오는 3월 1일까지 어맨슨 극장에서 공연된다. 화~금요일은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2시와 8시 일요일은 오후 1시와 6시30분에 공연되며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티켓 가격은 20~110달러다. 비틀즈의 이야기를 담은 '백비트' 공연을 기념해 극장 앞 야외 레스토랑에서는 'Let It Be' 'Strawberry Field Forever'등의 노래 제목을 딴 특별 메뉴도 제공하고 있다. 티켓 구입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웹사이트(www.CenterTheatreGroup.org)나 전화(213-628-2772)를 통해 할 수 있다.
1994년 영화화된 작품. 연극 '백비트'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이안 소프틀리는 우연히 아스트리드가 찍은 초창기 비틀즈의 사진을 보고 강하게 끌려 직접 독일로 날아가 그녀를 만나고 역사적 고증 과정을 거쳐 이 영화를 완성하게 된다. 이안 소프틀리는 연극 '백비트'의 각색도 직접 맡았다. 비틀즈를 보고 자라난 90년대 최고의 밴드 너바나, R.E.M, 소울 어사일럼 등이 사운드 트랙 작업에 참가해 더욱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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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공연 '레인'
비틀즈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들의 곡을 카피하는 헌정 공연의 형식이다.'레인' 출연진은 1960년대 초 '에드 설리번 쇼' 첫 출연 당시부터 사실상 마지막 앨범이었던 '애비로드' 활동 무렵까지 비틀즈가 걸어온 찬란한 음악의 길을 되짚는다. 'Yesterday' 'Hey Jude' 'Let It Be' 'Come Together'등 비틀즈의 수많은 히트곡들을 당시의 의상과 무대 매너 그대로 재현해 선보인다. 오는 5월 7일부터 할리우드 팬테이지스 극장에서 공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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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밀리언 달러 쿼텟'
로큰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1시간으로 꼽히는 1956년 12월 4일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자니 캐시, 칼 퍼킨스, 제리 리 루이스가 테네시에 위치한 선 레코드의 작은 녹음실에서 만나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즉흥 연주도 하는 과정을 신나는 음악과 멋진 무대구성을 만들어냈다. '백비트'와 마찬가지로 무대 위 배우들이 직접 노래와 연주를 해낸다는 점이 특이하다. 지난해 6월 LA에서도 성공리에 공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