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뮤지컬 수퍼스타' 마이클 리…스탠포드 의대 출신 그는 '무대 위 기쁨을 택했다'

한미양국 종횡무진 맹활약
4월 한국서 '저저스…' 공연

스탠포드 의대생이었다. 그대로만 간다면 안정된 삶이 보장된 길을 걷던 중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문득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마다 의학 연구 센터에서 일하는 게 재미없었다. 대신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뮤지컬 배우가 됐다.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의 배우로 산다는 것도 힘들었다. 주인공은 커녕 앙상블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꿈과 열정을 놓지 않았다. 17년을 그렇게 달렸다. 이제 그는 한미 양국에서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뮤지컬계의 '수퍼스타'다.

배우 마이클 리(38)의 인생 스토리다. 땀과 노력은 결코 꿈을 쫓는 이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의 삶은 고단하다. 미국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에서야 2006년 '미스 사이공'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시작으로 뮤지컬계의 혜성이 된 후 여기저기서 마이클 리를 '모셔가기'에 바쁘지만 미국에선 빼어난 노래와 춤 연기 실력에도 불구하고 늘 맡을 만한 역할이 많지 않다. 그 동안 '미스 사이공'을 비롯 '렌트' '태평양 서곡' '토미' '알라딘' 등 수많은 작품의 브로드웨이.투어 프로덕션 무대에 섰지만 역할의 한계 탓에 늘 결핍은 있었다.

"얼마 전 어느 연구 결과를 보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들 가운데 처음부터 아시안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인 역할은 3%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시안 아메리칸 뮤지컬 배우로 산다는 것은 TV나 영화 부문에서 활동하는 배우들보다 더 힘든 점이 많죠."

지난해 출연했던 뮤지컬 '얼리전스'는 그래서 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얼리전스'는 2차대전 무렵 미국 사회에서 정체성 갈등을 겪는 일본계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마이클 리는 물론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 레아 살롱가 할리우드 스타 조지 다케이 등이 초연 멤버로 활약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초연된 '얼리전스'는 관객과 평단 양쪽에서 극찬을 받았다. 마이클 리는 이 작품으로 최근 샌디에이고 극예술비평상인 크레이그 노엘 어워즈에서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곧 이 작품을 들고 브로드웨이에 입성한다.

"9월부터 준비에 돌입해 올해 12월이나 내년 초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할겁니다. 시작부터 함께 했던 작품인데다 제 음역과 에너지에 꼭 맞게 만들어진 역할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아시안 아메리칸을 소재로 한 작품이란 점도 저에겐 큰 의미가 있죠."

그에 앞서 4월부터는 다시 한국 무대에 선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주인공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가수 윤도현 뮤지컬 스타 정선아 등도 함께 할 예정이다. 한국 무대에 처음 섰을 때만 해도 언어장벽과 문화차이로 힘들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한국을 즐기는 사람이 됐다.

"7년 전 처음 한국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어를 거의 못했어요. 미국과는 달리 팬클럽도 만들고 선물까지 보내는 열정적 팬들에 당황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한국 뮤지컬을 사랑하고 한국 팬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배운 점도 많습니다. 한국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재능에도 늘 감탄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경험이 미국 무대에서 섰을 때 더 큰 힘이 돼 주기도 합니다."

최근엔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영향력을 지닌 점을 직접 확인하며 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일부 작품은 한국에서 먼저 공연을 해 보고 브로드웨이로 가져 올 정도입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죠. 아예 한국 사람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죠."

조만간 배우의 역할을 넘어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는 프로듀서로까지 영역 확장을 해보고 싶다는 마이클 리는 그와 같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쉬운 길은 아닙니다. 늘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돈을 벌기도 힘들죠. 하지만 꼭 아시안 아메리칸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배우로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든 길이죠. 열정과 에너지를 버려서는 안됩니다. 그것만이 우리를 끝없이 연습하게 하고 무대 위에서 기쁨에 넘치도록 만들어 주는 힘이니까요."

이경민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