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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말한다] 성배(The Holy Grail)

모든 종교에는 교리 발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전설이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다빈치코드'는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예수의 후예 이야기였다. 기독교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은 성배 스토리이다. 이 이야기는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돼 영국의 토속 신앙인 셀틱(Celtic) 종교와 연결되면서 좀더 차원 높은 예술적 종교 개념으로 발전됐다.

전설은 예루살렘에서 시작된다. 예수를 따르던 요셉은 예수가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사용했던 잔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갔을 때에 그 잔에 예수의 피를 받아 영국으로 건너간다.

거기에서 요셉은 동료 기독인들과 더불어 성배를 지키는 비밀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비밀사회는 대대손손 내려오며 성배를 지키게 됐다. 이 성배는 치유 능력이 있어서 누구나 성배로 물을 마시면 모든 병이 치유된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배의 치유 능력은 영국을 독립국가로 새롭게 형성한 최초의 왕 아더(King Arthur)의 전설과 합쳐진다. 당시 영국의 토속신앙인 셀틱 전설에 의하면 왕이 병들면 땅도 병들어 메말라지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건강하고 정력적인 왕을 모시는 것은 나라의 중대사이다.

성배 전설이 나타나기 시작한 12세기에 '피셔킹(Fisher King)'이라는 전설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때로는 'Wounded King'이라고 불리던 '낚시꾼왕'은 다리를 다처서 은둔하게 되었다. 그는 불능의 왕이 되었다. 이것은 나라의 큰 재앙이다.

왕의 상처를 고치지 않고서는 영국은 살아날 도리가 없다. 여기에 성배사상이 나타난다. 왕을 보위하는 기사들은 성배를 찾아 나선다.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성배가 있는 곳 또는 성배를 지키고 있는 용사들을 찾아 다닌다. 다리에 상처를 입은 왕은 날마다 강가에 나가서 낚시만 하고 있다. 그레서 '상처난왕'은 '낚시꾼왕'이라 불린다. 아더왕는 영웅적인 기사에 의하여 치유돼 영국이라는 나라를 형성하는데 성공한다.

성배의 아이디어는 세월이 가면서 사람의 상상력을 북돋아 일으켰다. 성배는 어디엔 가에 있으며 성배를 지키는 용사들이 보통사람처럼 살면서 성배의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전설은 계속되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며 성배사상은 새롭게 해석되면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20세기 최고의 걸작 '황무지'를 쓴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의 종장에서 다음과 가치 노래한다. '나는 강가에 앉아서/ 낚시질 하노라 메마른 벌판을 등 뒤로 하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등지고 물질주의로 치닫는 현대사회를 '황무지'로 보는 시인은 스스로가 상처받은 '낚시꾼'이 돼 강가에 앉아서 낚시질을 하고 있다.

신을 저버린 현대인들, 기계문명의 발전으로 지속적으로 고독해지는 현대인의 병폐를 치유할 현대판 성배는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시인은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김명희 시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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