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일)부터 미 전역에 개봉된 영화 '21&오버(21&Over)'는 막 스물한 살이 된 대학생의 생일 파티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제대로 된 R등급 코미디이기도 하다. 그만큼 과격하고 질퍽한 유머가 가득한 영화란 뜻이다. '행 오버'의 대학생 버전이라는 표현이 딱 걸맞을 정도다.
한인 배우 저스틴 전은 이 발칙한 영화에서 주인공 제프 챙 역을 맡았다. 스물한 살 생일을 맞은 중국계 대학생으로 의사가 되라는 엄격한 아버지에게 늘 기죽어 살다가 성인이 된 기념으로 친구들과 광란의 밤을 보내는 캐릭터다.
'트와일라잇'시리즈 '크로싱 오버' 등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저스틴 전이지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에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다 찍어 놓고 개봉하지 못한 영화도 있고 주인공을 맡아도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로만 개봉한 영화도 많았어요. 전국 개봉되는 영화의 주인공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큽니다. 늘 배우 션 펜을 존경해 왔지만 코미디 배우 벤 스틸러같은 연기도 꼭 해보고 싶었어요. '21&오버'가 그 꿈을 이루게 해줬습니다."
아직도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이 주연을 맡을 기회는 많지 않다. 때문에 제프 챙은 저스틴 전 말고도 모든 비슷한 또래의 동양계 배우가 탐냈던 캐릭터였다. 그래서 저스틴 전은 '한 방'을 보여줬다.
"오디션에서 코미디 연기에 이어 아주 드라마틱한 감정 신을 보여줘야 했어요. 가벼운 코미디 연기를 하다 곧장 감정에 몰입해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나 봐요. 사실 오디션 후 감독에게 이메일도 보냈어요. 돈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라 제프 챙 역할에 정말 자신이 있으니 꼭 시켜달라고 했죠. 그런 적극적 모습 역시 조금은 도움이 된 듯 합니다."
'19금' 장면이 많은 영화다 보니 저스틴 전 역시 카메라 앞에서 과감해야 했다. 특히 전신 노출신은 큰 도전이었다.
"부끄러운 것은 없었어요. 전 배우잖아요. 감독과 스태프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 필요하다면 제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하는 생각은 접어둬야죠."
술 취한 연기 역시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과장된 연기로 웃음거리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각별한 연구 끝에 카메라 앞에 섰다.
"원래 술 취한 사람들이 안 취한 척 하잖아요. 그 부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취한 정도를 1부터 10 까지로 나눠 준비한 후 그때 그때 필요한 수준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평소에 술을 즐겨서 제 실제 경험도 조금 활용했죠. 주연을 맡은 다른 두 배우와도 영화를 찍기 전부터 같이 술을 마시며 친해졌습니다. 그런 모습이 영화에도 잘 녹아났죠."
영화 속엔 제프 챙과 그의 아버지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장면이 있다. 자녀에게 부모의 꿈을 강요하는 많은 아시아계 이민 가정이 공감할 만한 대목이다.
"저희 부모님은 늘 열려 계신 분들이었어요. 아버지는 아역배우로 활동하셨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전공하셔서 늘 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강조하셨죠. 하지만 주변 친구들 가운데는 영화 속 제프 챙과 비슷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많아요. 저도 그런 처지였다면 도저히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애초엔 영화에 부자가 더 무섭게 싸우는 장면도 있었지만 막판에 그 부분을 걷어냈다. 코미디 영화가 너무 무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극적인 연기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빠지게 돼 아쉬울 법도 하지만 저스틴 전은 쿨하게 "괜찮다"고 말한다. 오히려 "나중에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남아 기쁘다"며 싱긋 웃는다.
그는 최근 처음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영화 '맨 업(Man-Up!)'을 만들었다. 조만간 후반 작업 후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 개봉할 예정이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긴 하지만 제가 직접 만든 영화를 많은 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할리우드에서도 더 멋진 활약을 펼쳐보이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가 아니라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잔 돌고 술 오르던 그날 밤 ☞21&오버는'행 오버' 시리즈의 작가인 존 루카스와 스캇 무어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코미디 영화. 영화는 벌거벗은 만신창이가 된 두 남자 케이시(스카일러 애스틴)와 밀러(마일스 텔러)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둘에게 간 밤에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하루 전으로 되돌린다. 케이시와 밀러는 어린시절 절친인 제프 챙(저스틴 전)의 스물 한 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깜짝 방문한 상태다. 하지만 제프 챙은 다음날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는 상태.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엄격한 제프 아버지의 기에 눌려 셋은 주눅이 들지만 이내 '딱 한잔'을 약속하며 술집 나들이에 나선다. 하지만 잔이 돌고 술이 오르며 세 사람의 생일파티는 걷잡을 수 없는 소동이 되고 만다. 그리고 만취한 제프를 무사히 집에 돌려놓기 위한 케이시와 밀러의 눈물겨운 노력도 펼쳐진다. 등급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