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3)
김영기 약손마을 원장
육신의 질병과 같이 예기치 않게 불현듯 찾아 올 수도 있는 것이고, 본인이 예기치 못하고 우울증에 빠져도 본인이 의식을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생애 과정에 모든 것이 충족된 환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불가항력적으로 어제와 오늘이 전혀 다르도록 우울증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지의 힘으로 굳게 이겨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우울한 심회이지 우울증이 아닌 것이지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이웃에게 도움을 청한다구요? 세상이 간악하고 남의 틈을 보아 해치거나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세태에 자신이 항거하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를 쉬이 타인에게 펼쳐놓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오늘은 수업 중에 긴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늘 걱정하는 환자 J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나중에 통화하자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달리는 중인데, 숨을 쉬기가 힘들어서 참아내다가 전화했어요.” “지금 차를 잠시 근처에 세울 수 있어요?” “차를 세울 수가 없어요” “차분히 제가 인도하는대로 해보세요. 먼저 살아오는 과정에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고 마음이 평안했을 때가 있었지요? 어느 때였나요?” “잘 생각이 나지 않아요.” “어머니 품 속에 있던 어린 시절은 어때요?” “그래요. 그랬어요.” “자, 그럼 그 때의 따사로움과 안온함과 그리움을 떠올리면서 제가 인도하는대로 호흡을 따라 해보세요.” 점차 호흡이 진정이 되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통화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5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최근에 기억에 잘 떠오르는 아늑하고 편하고 안전하고 마음이 편안할 때가 있었나요?” “원장님한테 치료마사지를 받았을 때였어요.” “그 때 느끼던 감정을 떠올리면서 인도하는대로 호흡을 가다듬고 따라해 보세요.” 이번에는 다소 시간을 가지고 차차 숨이 고르게 정리가 되는 것을 확인하고 응급한 전화를 끊었습니다.
보통 살고 싶은 의욕이 없다든지 우울이 심하다든지 하는 것을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증세가 표현되는 형태도 다양합니다. 불현듯이 한쪽 팔이 마비된다든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든지, 숨을 쉬기가 곤란하다든지 심리적인 상황이 다양하게 몸으로 나타납니다. 스스로 서기는 실로 곤란하며, 경증에 따라 기본적인 약품을 쓰거나 전문적인 소견과 인도를 받아 우울증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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