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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을 떠나 갈릴리로

Washington DC

2013.03.0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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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여행기 이스라엘/요르단 3화

머릿속에 있던 골고다의 언덕 모습과 너무 다른 골목 시장터를 본 후 실망보다는 서글픈 마음으로 예루살렘을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솔로몬 왕 이후 이스라엘 왕국은 남북으로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으로 갈라졌다. 그때부터 민족의 수난은 바빌론의 포로 생활에서 시작해 페르시아가 바빌론을 멸망시키고 유대인을 해방시켜 이스라엘 땅으로 보내 주는 것으로 일단 끝난다. 이후 이스라엘 민족의 무기력한 암흑시대로 이어진다.

 성서의 해석은 여호와가 포로 해방을 시켜줬다는 듯 하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페르시아가 나일강의 문화와 메소미타미아 문화권 사이에 유대인들로 하여금 완충 지대를 갖게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더 현실적인 것 같다. 결과야 하나님의 뜻인지 모르겠지만….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예수 탄생 시절 고향에 돌아온 유대인들이 옛 이스라엘 지역인 북쪽 갈릴리 지역과 옛 유다 지역인 남쪽 예루살렘 지역에 살게 됐는데, 어찌하여 그들 사이에 그토록 멸시하던 사마리아인들이 끼어 살게 되었는지다. 아직도 의문을 풀지 못하겠다.

 우리는 서쪽 해안선을 따라 북상하여 우선 ‘가이사라’를 찾았다. ‘줄리어스 시저’라 부르기도 하고 성경에는 ‘가이사라’로 나와 있는 로마 황제의 이름을 따서 건축 천재 헤롯 왕이 만든 항구다. 사실 이스라엘 서안 지중해는 항구로서 갖추어야 할 만(灣)이 없다. 그런데 최초로 시멘트를 써서 기둥을 물에 박고 방파제, 선착장을 만들어 완전한 항구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물론 궁전, 원형 극장, 스태디움 등을 지었고 이곳이 로마 시대에는 팔레스타인의 수도였다 한다.

 유적지를 보고 나니 자그마한 상영관에서 가이사라 항구의 역사를 보여줬다. 이곳 항구가 십자군 시대에는 예루살렘을 가기 위한 군기지, 병참 보급의 전진 기지로 이용했다가 그 후 술탄 살라딘에 의해 함락돼 파괴되면서 항구 기능도 없어지고 폐허화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자연, 역사 보존 없이 단지 중세 이후 건물들만 있는 것이 불만이었던 나는 허물어진 기둥 하나, 벽돌 하나에서 2000년 이전의 역사를 보는 즐거움에 빠졌다.
 두번째로 우리는 칼맨 수도원으로 유명한 칼맨산과 므깃도(Megiddo)를 찾았다. 칼맨산에는 바알신을 섬기는 야합 왕비에 맞서서 450명의 선지자와 번제에 불을 지피는 내기를 해서 그들을 모두 물리치고 주검으로 이끈 선지자 엘리야를 기리는 동상과 교회가 있었다.

나에게는 므깃도가 단연 주목할 만했다. 이곳은 소위 텔(TEL)인데, 이는 전쟁이나 재난으로 폐허가 된 곳을 매몰하고 그 위에 다시 건축해 연대별로 다른 지층이 쌓인 것을 말한다.

 사실 이곳은 지층을 파 내려가면서 연대별 귀중한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설명에 의하면 이집트 시대부터 솔로몬 왕을 거쳐 야합의 통치 때 번성하였고, 다시 앗시리아로 넘어갔다가 다시 이집트의 지배를 받는 등 전란의 중심이었다.

 내려다보이는 넓은 땅이 고대 이집트에서 다마스쿠스로 이어지는 중심지였기에 그랬는가, 세계의 제패의 열쇠 때문에 그랬는가.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인류 멸망의 최후의 전쟁터 아마겟돈이 바로 이곳이란다.

 흥미로운 여러 유적 터를 보고 마지막으로 성 밖의 우물에서 물을 구하기 위해 파내려간 깊고 깊은 지하굴을 통해 갈릴리로 향했다.

 예루살렘에서 북서의 가이사라, 중간지대의 므깃도를 거쳐 이제 북동쪽의 있는 갈릴리 호수에 도착했다. 한때 한국의 농촌 새마을 운동의 본보기라고 했던 집단 협동 농장인 소위 ‘키브스’는 이제 국민 소득이 4만 달러의 시대라 거의 다 없어졌다. 그래도 몇몇은 호텔업, 관광업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고, 우리는 키브스가 운영하는 곳에서 마련한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 숙소로 향했다.

 요르단 강은 갈릴리 호수에서 약 140킬로미터의 구불구불 물줄기를 따라 사해로 들어간다. 예수가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곳은 사해 부근인 남쪽이라고 한다. 요르단 강의 발원지인 북쪽 끝이지만 이곳도 요르단 강줄기에 세례 세트장을 만들어 놓았고, 갈릴리 호수의 배에서는 출항에 앞서 태극기를 게양했다. 그들의 치밀함인지 상술인지를 생각하며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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