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ㆍ뮤지컬 사업 실패 딛고 다이어트 앱 출시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 건강 앱마켓 1위 차지
최근 들어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키워드는 단연 '스마트'와 '웰빙'이다. 이 둘을 접목해 식이요법부터 운동량 측정까지 제공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한인 IT사업가가 있다. 주인공은 건강 앱 개발업체 '눔'의 정세주 사장. 정 사장이 개발한 '눔 다이어트 코치' 앱은 첫 출시부터 3월 현재까지 안드로이드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의 건강ㆍ운동(HealthㆍFitness) 분야에서 누적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세주 사장은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16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겪는 '뻔'한 실패=정 사장의 도전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익대학교 전기공학부 재학 시절, 언더그라운드 음악 등 희귀 음반을 사고 파는 바이하드(BuyHard Production)를 세워 청년 사업에 뛰어 든 것. 출범 직후 얼마간은 순항했지만, 소리바다와 같은 대형 공유 프로그램(P2P)들이 속속 등장하며 사양세로 접어들었다. 기울어져 가는 사업체를 뒤로 하고 쫓기듯 입대한 정 사장은 군생활 말미에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품게 된다. 전역 후 그는 바이하드를 정리하고 남은 500만원을 들고 무작정 뉴욕으로 향했다. 그가 뉴욕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바로 뮤지컬 사업.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한국에 도입 하려는 계획이었으나 투자 관계가 얽혀 막대한 빚만 떠안고 할렘으로 향해야만 했다. 정 사장은 "어린 나이에 빚까지 지게 돼 우울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며 "그저 치기 어린 젊은 사업가로 끝나버리진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누구도 못한 '펀(Fun)'한 경영=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구글 소속 엔지니어 아텀 페타고프(Artem Petakov)를 만나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들은 건강 관련 사업이 곧 세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의기 투합해 워크스마트랩스(Work Smart Labs)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처음은 쉽지 않았다. 최초 헬스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노렸으나 시장은 이미 대형업체들에 의해 포화상태였다. 결국 그들은 당시에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앱 개발업체로 전환을 결정하게 된다. 정 사장은 "프로토타입(테스트용 초기 제품)을 만들고 폐기하고 다시 만드는 일의 연속이었지만 매일매일이 정말 재미있었다"며 "며칠 동안 잠 한숨 못 자고 개발에 몰두한 뒤 잠깐의 짬을 내 맨해튼 도심지를 달리며 다음 개발 계획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첫 출시한 카디오트레이너 앱이 호응을 얻으며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정 사장은 그동안 깨친 '재미의 가치'를 회사 경영에도 덧입히기 시작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회의를 없애고 하루에 단 한 번, 그것도 10분을 넘기지 않는 철칙을 세운 것. 이를 위해 매달 초 한 달 동안 회사의 주요 목표를 정립하고 직원 개개인마다 정확한 할당량을 배분하는 OKR경영기법(Objective Key Result)을 도입했다. 또한 직원 스스로에게 출퇴근 시간 선택권을 부여하고 재택 근무 여건을 보장하는 등 업무 자율성도 높여 갔다.
앱을 통한 수익 창출 방식 역시 이와 상통한다. 최초 별도 비용 없이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으며, 앱을 체험하면서 재미를 느낀 이용자가 거부감 없이 부가 서비스를 결제하게끔하는 프리미엄(Freemium) 방식을 채택했다. 정 사장은 "이 모든 것은 직원의 능력과 책임감에 대한 신뢰와 내가 개발한 제품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며 "업무 환경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결국 상호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감하게 도전하라=IT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업체들간의 치열한 인재 싸움. 정 사장 역시 하루 업무 시간의 20%를 신규 인재를 채용ㆍ발굴하는 데 사용한다. 또 기존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 강화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건강 증진 앱을 개발하는 직원이 스스로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에 더해 "현재 미국의 엔지니어 인력풀은 공급 부족상태이나 한국ㆍ미주 한인 IT 인재들은 단순한 언어 장벽이 아닌 자신감 결여와 실패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더 큰 시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눔(Noom)=▶2006년 워크스마트랩스로 퀸즈 아스토리아에서 출발 ▶2010년 맨해튼 첼시로 사무실 이전 ▶2011년 눔으로 개명 ▶2013년 1월 눔 다이어트 코치 한국 버전 출시 ▶해외 지점: 눔코리아(서울시 서초구)ㆍ독일, 일본 지점 개설 예정 ▶대표 앱: 카디오트레이너ㆍ칼로리픽ㆍ눔 다이어트 코치 ▶직원 수: 33명 ▶수상ㆍ투자 유치 내역: 2009년 11월 오픈모바일서밋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 대표로 참석ㆍ2010년 12월 뉴욕타임즈 선정 안드로이드 앱 톱텐ㆍ2011년 2월 MWC 구글 앱 개발사 대표로 참석ㆍ2011년 4월 클라이너 퍼킨스 200만 달러 투자ㆍ2012년 12월 퀄컴벤처스 등 300만 달러 투자 ▶웹사이트: www.n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