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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베이징 자전거]물질숭배 물드는 중국사회에 경고

Los Angeles

2002.01.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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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자전거(Beijing Bicycle·원제 17세의 자전거)’를 보면서 내내 비토리오 데 시카의 48년작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을 떠올렸다 해서 왕 시아슈아이 감독에게 모욕적이진 않을 것이다. 자전거를 모티브로 한 왕 감독의 상상력이 독창적인가, 아니면 데 시카의 영향을 받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영화 모두에서 자전거는 변화된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들의 몸부림과 그럴수록 더욱 냉혹한 현실이 두 바퀴로 돌고 있다.

주인공들에게 자전거는 곧 목숨이다. 전후 이태리에서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중년남자에게도, 산업화가 시작된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는 시골출신 10대 택배회사 직원에게도. 그리고…그들은 자전거를 잃어버린다.

자전거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들에게 도시는 출구가 없다. ‘자전거 도둑’에서 사람들은 그 절망감을 네오 리얼리즘이라 불렀다. ‘베이징 자전거’는 아직 이런 작위를 얻지 못했다. 다만 그 뒤에는 중국의 6세대 감독들이 서있다. 이들은 예술적, 기술적 깊이로 사회와 문화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공통점으로 서있다.

데 시카가 전후 이태리의 빈곤과 실업을 고민했다면 6세대의 한 명인 왕 감독은 중국사회의 물신숭배를 걱정한다. 자전거는 택배원 구에이(쿠이 린)에게 물욕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안(리 빈)에게 자전거는 친구의 우정과 애인 퀸(조우 순)의 사랑을 얻는 절대조건이다. 퀸이 강변 나무 아래서 지안의 키스를 기다리며 눈을 감는 것은 지안에게 자전거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물신은 우정과 사랑까지 지배한다.

산업화의 불길한 징조는 물론 6세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5세대 감독인 장이모는 ‘책상서랍 속의 동화(Not One Less)’와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에서 이미 그 징후를 읽어냈다. 다만 6세대에서 좀 더 전면적으로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데 시카의 자전거는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했다. 배우는 아마추어였고 카메라에는 꾸밈이 없었다. 왕 감독의 자전거는 극적 장치와 꾸밈이 화려하다. 지안이 사는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격투는 할리웃 영화같은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그 화려한 치장이 데 시카의 자전거를 추월할 지는 의문이다.

25일 개봉. 등급 PG-13. Landmark Westside Pavillion(310-475-0202), Pacific Paseo Stadium 14(626-568-8888), Edwards University(949-854-8811)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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