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야누스 크리스천(Janus Christian)
'야누스 크리스천'이 너무 많습니다.'야누스(Janus)'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이죠. 교회에서의 '나'와, 세상에서의 '나'가 다른 크리스천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동안 '교회'란 울타리는 암묵적으로 거룩함과 속된 세상을 분리하는 경계선이 되어 왔습니다. 교회가 스스로의 성역을 구체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울타리 안에서의 자기표현이었으니까요.
성역의 울타리에서는 모든 것이 경건하게 느껴집니다. 그곳에서 제공되는 것이나 주어지는 일들은 신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할 거룩한 의무가 됩니다.
교회가 부여하는 직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직분이기 때문에 소위 '말씀과 기도'가 밑바탕 되어 열심과 성실로 감당해야 할 소명으로 인식됩니다.
성역에 대한 관념이 왜곡되어 스며들 때도 있습니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가 필요한 '죄인'들이 모이는 곳이라면서 정작 울타리 안에서의 거룩과 경건이 은연중에 강조되다 보니, 오히려 '죄성'을 감출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때론 교회가 가식적 집단으로 비치는 이유입니다.
아무튼 교회 울타리 안에서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봉사도 할 수 있고, 직분이 주어지면 누구를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이웃돕기도 하고, 다른 나라로 선교도 갑니다. 교회란 거룩한 울타리 안에서는 모든 것이 신을 위한 특별한 사명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교회 안에서만 너무 고착되다 보니 어느새 교회에서의 '나'와 세상에서의 '나'는 점점 괴리가 커집니다. 교회를 벗어나면 일상에서 크리스천의 정체성만으로 세상과 섞여야 하고 접촉하는 방식에는 어색함을 느낍니다. 극단적일 경우 교회의 모든 것은 거룩하고 세상 것은 속된 것으로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무의식 속에 자리 잡습니다. 기독교에 크고 작게 배어있는 '성속 이원론'의 관념들이죠.
교회 안에서는 본받을만하고 영향력도 있는 크리스천인데 막상 세상에서는 그렇고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서 사회적 직분이나 높은 지위를 얻어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고지론'을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서의 삶은 교회의 '연장선상'이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주 한인 1.5세 및 2세 평신도로 구성된 '마운틴 무버(Mountain Mover)' 모임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마운틴 무버 피터 백 대표는 설립 취지를 설명하면서 "세상에서는 아무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면서 교회에서만 잘나가는 크리스천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각 교회 젊은 평신도 연합으로 세상 속에서 실제적인 기독교적 가치의 실천을 꿈꾸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교회에서만 인정받고 있는 '야누스 크리스천'입니까 아니면 교회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리얼 크리스천'입니까.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