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 & 게인 (Pain & Gain)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마크 월버그, 드웨인 존슨, 앤서니 맥키 등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R
'페인 & 게인(Pain & Gain)'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케일 크고 시각효과 화려한 블록버스터에만 열중하던 그가 오랜만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액션 코미디로 돌아왔다. 전작 '트랜스포머3'의 제작비가 2억 달러 가까이 됐으니, 2500만 달러 제작비로 만든 이번 작품은 그에게 '저예산 영화'나 다름없다.
베이 감독은 '페인 & 게인'을 통해 1995년 장편데뷔작으로 만들었던 '나쁜 녀석들'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보인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범죄 액션 드라마를 인상적 색감의 영상에 코믹한 캐릭터들의 화학작용으로 무장시켜 내놓았다. 음악마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영화 '위험한 아이들'의 주제곡이었던 쿨리오의 'Gangstas' Paradise'를 그대로 갖다 썼다.
영화의 배경도 그 무렵이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피트니스 클럽의 헬스 트레이너 대니얼(마크 월버그)은 한 방의 인생역전을 꿈꾸며 백만장자 고객 빅터(토니 샬허브)를 털기로 결심한다. 두 파트너도 끌어들인다. 같은 클럽에 다니는 바디 빌더들인 애드리안(앤서니 맥키)과 폴(드웨인 존슨)이 한 패거리다. 하지만 빅터를 납치, 협박해 재산만 빼돌린 후 마음 편히 살아보겠다는 이들의 계획은 어수룩한 작전과 돌발 상황들로 자꾸 꼬여만 간다. 그럴수록 이들의 범죄 행각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죄질도 나빠진다. 폭행, 살인, 방화, 제2의 납치, 사기, 시체유기까지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페인 & 게인'에선 마이클 베이 감독의 과한 욕심이 묻어난다. 액션과 스릴러도 흥미진진하게 표현하고 싶고, 코미디도 중간중간 리드미컬하게 넣어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욕심이다. 덕분에 영화는 갈 길을 잃고 갈팡질팡한다. 폴과 애드리안의 캐릭터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면서 코카인 중독자인 어설픈 사고뭉치 폴이 말도 안되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작전을 망치는 장면이나 성기능 장애로 주눅들어 있는 애드리안이 엉뚱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장면들은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망친다. 과도한 설정 연기도 눈을 찌푸리게 한다. 코카인에 취한 폴이 피해자들의 잘린 사체 토막을 고기 굽듯 태우고 있는 장면에선 저절로 스크린에서 얼굴을 돌아간다.
이야기 전개의 중심이 여기저기로 튀는 것도 불편하다. 극 초반 대니얼에게 쏠려 있던 극의 무게는 폴에게로 옮겨졌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사설탐정 에드(에드 해리스)에게로 넘어간다. 누구에게 마음을 주고, 어떤 포인트로 영화를 즐겨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대목이다. 배경이 90년대라 스타일도 일부러 '올드 스쿨' 풍으로 하고 있지만, 딱 그 시절의 전형적 '마초' 캐릭터처럼 과하게 몸을 키운 주인공 셋이 90년대식 코믹 액션을 하고 있는 모습도 진부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단 하나의 짜릿한 감흥이라면 이 모든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을 되새길때 오는 놀라움이다. 영화에서도 중간중간 자막까지 넣어가며 거듭 '이 모든 게 실화'임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