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빛선교교회' 최혁 목사 돌연 사퇴 뒷배경은
대형교회 청빙? 사임 배경 두고 남가주 교계 술렁
패서디나 지역에서 지난 몇 년 사이 성장을 거듭하며 교계에서 영향력을 미쳐오던 사랑의빛선교교회의 최혁 목사가 갑자기 사임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갑작스런 사퇴를 두고 사랑의빛선교교회뿐 아니라 교계에서는 논란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짚어보면서 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갑작스런 사임
최혁 목사는 지난 9일 오후 사랑의빛선교교회 신석주 장로를 만나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전한 채 다음날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떠났다. 영문도 모른 채 사직서를 받아든 신 장로는 당회를 긴급 소집하고 소식을 알린 뒤 일부 장로들과 함께 최 목사를 찾아갔으나 한국으로 떠난 뒤라 만날 수가 없었다. 최 목사는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사랑의빛선교교회 교역자들에게는 사임 다음날인 10일 최 목사의 사퇴 소식이 전달됐다.
사랑의빛선교교회 한 교역자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부목사님께서 오전 교역자 회의에 들어오셔서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적힌 최 목사님의 사직서를 그대로 읽어주셨을 뿐"이라며 "전날까지 교역자 회의도 평소대로 인도하셨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평소와 다를 바 없으셨는데 갑작스런 사임 소식에 교역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당회원들을 비롯한 교역자들조차 최 목사의 '일신상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각종 의혹만 무성
최 목사의 사임은 사랑의빛선교교회 창립 20주년 행사(4월 28일)와 임직식 등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교회 전체가 충격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인들에게는 사임 닷새만인 14일 주일 예배에서 공식적으로 사임 소식이 알려졌다.
이날 신석화 장로는 교인들에게 "일신상의 문제로 사임하셨다는 것 외에는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며 "우선 사태를 파악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본 뒤 교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최 목사의 사임소식이 교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사임 배경과 잠적을 둘러싼 의문은 한인교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최 목사의 갑작스런 사임과 한국행을 두고 '재정 비리', '당회와의 관계 악화' 등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본지에도 최 목사 사임 의혹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의 이메일과 전화 등이 이어졌다.
사랑의빛선교교회 당회측은 14일 주일 예배 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 목사의 사임을 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 수 있지만 아무것도 확인된 '사실'은 없으며 교회 측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공식입장을 표명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대형교회 청빙 후보 중 한 명으로
이 과정에서 어바인 지역 베델한인교회 '청빙'과 최 목사 사임이 연관됐다는 주장이 교계 곳곳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베델한인교회는 현재 담임인 손인식 목사가 올해 말 은퇴하는 관계로 후임자 청빙을 진행중에 있었다.
청빙 관련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최 목사는 지난 18일 미국으로 갑자기 돌아왔다. 다음날 최 목사는 당회원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청빙 의혹과 관련해 19일 사랑의빛선교교회측에 문의한 결과 이미 당회측도 최 목사 청빙 연관성에 대한 진위 여부에 나선 상태였다. 이날 사랑의빛선교교회 당회는 베델한인교회 담임 청빙 후보에 최 목사가 포함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사랑의빛선교교회 신석화 장로는 "뒤늦게서야 베델한인교회 목사 청빙 후보 중에 한 분으로 최 목사님이 포함됐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다만 공식 요청이 있었던 건 아니고 후보 중 한 분으로 포함됐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신 장로는 "일단 교회법상 한 달 간의 재심 기간을 통해 사표 수리 여부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 목사는 당회와의 만남에서 사임에 가장 핵심 요인이었던 '일신상의 이유'는 끝내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내 한 주요 관계자는 "우리도(청빙을) 처음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 목사 청빙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사실 목회자에게 그런 초청이 온다면 큰 교회에서 목회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지 않느냐"고 사실상 청빙 문제가 연관 됐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본지가 최 목사 청빙 요청에 대해 베델한인교측에 문의한 결과 교회 한 관계자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답했다.
◆의문의 행보는 계속
최 목사의 의문의 행보는 미국에 돌아와서도 계속됐다. 최 목사는 당회를 만나고 난 다음날인 20일 교회 교역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의빛선교교회 웹사이트에 본인의 사진을 비롯한 관련 내용을 모두 내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최 목사는 교회 개척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내부 사역자는 "최 목사님께서 교회 교역자 중 한 분에게 갑자기 전화를 해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내리라고 지시한 뒤 '교회를 개척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교역자 대부분이 어안이 벙벙했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본지는 23일 당회의 또 다른 관계자인 신석주 장로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신 장로는 "교회 개척 소식에 대해서는 여러 교역자들을 통해 이미 전해 들었으며 개척 지역도 대략 들었지만 그것까지 말해주기는 곤란하다"며 "이왕 이렇게 된 것 목사님께서 좋은 곳으로 가신다면 우리도 결국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사임도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하시니까 그것까지 물어보는 것도 우리로서는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교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최 목사의 행보에 대해 취재중 만난 사랑의빛선교교회 교인들과 대다수의 교계 관계자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랑의빛선교교회 교인 김모씨는 "물론 목회자도 연약한 인간이고 비성숙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행동은 양떼를 돌보는 목자로서의 기본적 태도마저 의심케 한다"며 "본인에게는 아무리 합당한 이유와 남들이 모르는 하늘의 뜻이 있다 해도 이런 식의 마무리는 합리화될 수 없으며 사회에서 조차 쉽게 이해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이번 문제를 보는 시선 역시 곱지않다.
한인 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한 목회자는 "우리가 보기에는 모든 게 이해되지 않지만 최 목사님이 기도하시며 심사숙고하신 끝에 내리신 결정임을 믿고 싶다"며 "다만 그분과 사랑의빛선교교회에게 주어진 영향력을 감안할 때 좀 더 넓게 한인 교계 전체를 생각해서 신중하고도 투명하게 하셨다면 이렇게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델한인교회 한 교인은 "우리 교회 이름이 이런 일에 자꾸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번 일로 괜히 교회의 불투명한 모습들이 자꾸 외부로 드러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지난 2010년 김재문 목사에 이어 사랑의빛선교교회 2대 담임으로 취임했었다. 사랑의빛선교교회는 남가주 지역 중형교회로 교인수는 1500여 명 정도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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