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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먹고 체한 이유

San Francisco

2002.03.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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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목사 <명성교회>
냉면 먹고 체한 이유
나는 음식 사치를 하는 편이 아니다. 많이 먹지는 않지만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좀 까다롭게 먹는 음식이 몇 가지가 있는데-까다롭기보다는 예민하다는 편이 더 좋은 표현이겠다- 바로 냉면이다. 고향이 평안도라서 어릴 때부터 먹던 냉면 맛에 익숙해 있는 탓에 시중에서 파는 냉면은 좀처럼 입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주문을 받을 때에 물냉이냐 비빔냉면이냐고 묻는 것부터 기분도 나쁘다. 왜냐하면 물냉면이라는 명칭이 원래는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냉면을 좋아하는 대신 좀처럼 입에 맞는 냉면을 찾기가 어려운데, 이번 엘에이에 갔다가 냉면 먹고 그만 체해 버렸다. 혼자 식당에서 음식을 먹자고 주문하는 것도 익숙치 않은데, 배는 고프고해서 분식집에 들어갔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냉면을 먹기로 했다. 어쨋든 그 냉면을 먹고 그만 체했다. 사연은 이렇다.
냉면을 먹고 있는데, 어차피 맛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시원한 것이 먹을만 했다. 그런데 옆자리의 중년부인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냉면을 시켜서 한번 먹더니 다른 것을 가져오라고 불호령이다. 맛이 틀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인이 다른 음식으로 바꿔주기로 하고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데 그 손님께서 하시는 말이 "아이참 오늘 속 버렸네"하는데.......... 바로 그 말에 체했다.
그러면 그 앞에서 후루룩거리면서 냉면을 먹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 사람이 먹으면 속을 버린다고 못 먹는 것을 나는 좋다고 먹고 있는 꼴이 되 버린 셈이다..

참 말이란 묘한 것이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은 말이 상대방에게는 영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음식을 만든 사람은 만든 사람대로, 그 음식을 먹고 있던 사람은 그 사람대로 기분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 부인은 얼마나 입에 꼭 맞는 음식을 남편에게 해주는지 꼭 알고 싶다. 그런데 그 남편은 그런 말을 못할 것 같다. 만일 그런 말을 하면 얼굴을 할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국물까지 남김 없이 후루룩 짭짭 먹고는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계산하면서 정말 오늘 맛있는 냉면 먹었습니다는 인사를 했음은 물론이다. 그것도 큰 소리로........하하하
그런데 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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