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불기 2557년으로 오는 5월 17일 금요일이 음력으로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이다. 한국에서는 1975년, 오랜 노력 끝에 가까스로 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 받아 그때부터 제대로 봉축 행사를 치러 오고 있지만 미주의 한국 불교는 주중에 사람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그 전주나 다음 주 일요일에 봉축 법회를 연다.
하지만 이렇게 음력 4월 초파일에 봉축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이고 일본만 해도 명치유신 때 음력을 버렸기 때문에 양력 4월 8일로 정해 하나마쯔리라는 꽃잔치를 비롯한 다양한 불교 행사를 한다. 미국 주류 불교계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이 날을 기념하는 곳이 많다. 타이완은 얼마 전부터 5월의 둘째 일요일로 정해 놓았는데 그 나라의 어머니날과 겹친다.
인도와 동남아 등 남방불교와 티베트는 어떤가? 이들에게도 전통적인 달력이 있는데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고 부처님 오신 날의 이름도, 봉축하는 모습도 조금씩 다르지만 음력으로 치면 대략 4월 15일쯤, 보름달을 보면서 베삭이라는 축제를 시작한다. 이 축제에는 부처님의 탄생만이 아니라 성불, 열반을 아울러 기리는 뜻도 담겨 있다. 유엔에서는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석탄일로 기념한다.
이렇게 나라마다 달라서 다채롭긴 한데 좀 헷갈리지 않은가! 통일이 되면 좋을 텐데? 물론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1956년, 네팔에서 제 4회 세계불교도대회가 열려 부처님 오신 날을 양력 5월 15일로 정하고 혼란이 있었던 불교 기원도 서력기원전 544년으로 확정지었다. 불기는 부처님이 돌아가신 해부터 치며 부처님은 여든까지 사셨고 서기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해부터 치니까 부처님이 예수님보다 624년 먼저 이 세상에 오신 셈이다.
이 불교도대회에 한국 대표로는 청담, 효봉 스님과 동산 스님이 참석하셨는데 그 때부터 한국에서도 서기 1956년이 불기 2500년으로 확정 되었지만 부처님 오신날만은 음력 4월 초파일이 그대로 지켜져 바뀌지 않았다. 해를 거듭하여 이제는 더욱 굳어졌는데 이마저 전세계적으로 꼭 통일이 되어야만 하나? 그것도 일종의 세계화인데 꼭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정확히 언제 어느 때에 우리에게 오신 걸까? 혹시 이처럼 나라와 백성을 골라서 다른 해, 다른 날짜에 몸을 바꾸어 따로 여러 번 오신 걸까? 아니면 딱 한 번 오셨는데 헷갈려 잘 모르는 많은 불자들은 지금 틀린 햇수와 엉뚱한 날짜를 기리며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역사상 부처님은 이 세상에 한 번 왔다 가셨을 것이다. 오랜 옛일이라 기록도 허술하다. 설사 정확히 남았더라도 그 때의 그 날짜와 오늘의 이 날짜가 꼭 같은 날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무슨 뜻을 부여했을 뿐이다. 그보다는 내가 아무 때고 진리에 귀의할 때마다 부처님은 나투시어 수도 없이 내게로 오신다.
그리고 사월 초파일처럼 만약 우리가 어떤 날을 부처님의 탄생일로 기려 정성으로 마음을 모은다면 그 때 그 분은 더 크고 우렁차게 태어나셔서 '하늘위 하늘아래 나홀로 존귀하다. 온 중생이 괴로움에 빠졌으니 내 마땅히 이를 건져내리라!' 외치시며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