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근위축증(1)
김영기 약손마을 원장
그렇게 찰나의 삶을 살고 간다면, 지금의 나의 번민과 괴로움, 질병의 고통도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한 호흡에 10년을 건너뛰듯이 살다보면 긴 삶이나 단명을 하나 대소 차이가 없을 것이나, 삶의 질이 중요한 요건이 될 것입니다.
근 위축증으로 생애를 마감하기 직전에 찾아갔던 J의 침대 머리맡에 있던 사진을 보았을 때, 오래 전 젊고 아리따운 미인이었던 그녀가 지금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미 3명의 주치의들이 죽음을 준비하라고 진단을 내리고 이제는 약 3달 기간 다소 고통이라도 줄여주겠다고 치료마사지를 아는 분을 통해서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남편이 고개를 젓습니다. “이제는 의식이 없어요.”
등을 손바닥으로 쓸어보았습니다. 한줌밖에 않되는 몸에 한뼘의 두툼한 등줄기가 가지런히 느껴졌습니다. 이럴 때는 눈을 들여다봅니다. 동공 깊숙이 심령에 다가서면 두려움과 슬픔, 혼란하고 당황해있는 여인을 만납니다. ‘살고 싶어요. 조금 더. 살려주세요.’ 그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며 “두려워하지마세요.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지켜보는 분들은 제가 대화를 하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듯 합니다.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삶의 의지를 듣고 있으니까요.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호흡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굳은 뒷목과 어깨를 풀면서 가슴과 복부근육의 강직을 유연하게 돌이키면서 호흡근을 풀어주고, 오장육부가 더 손상이 가지 않고 운동근육이 제 역할을 하도록 척추 주변근을 기 치료마사지로 풀어주는 것입니다. 파도가 밀려나가듯 밀물같이 기가 잔잔하게 파도치며 의도하는 방향으로 출렁이며 나가면, 손이 이어서 근육을 모래 훑듯이 끌고 나갑니다. 얼음같이 굳은 근육이 방향성을 가지고 해빙이 되기 시작하면 유연해지기까지 약 3주정도가 소요될 것입니다.
잠시 땀을 닦으면서 손길이 지나간 부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위축되어 강직이 되어있는 근육은 부드러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에 저 몸에 부족한 경험에 의욕만이 따르는 손길이 과격하게 지나갔으면, 제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데. 다행히도 그간 노련한 치료마사지 테라피스트가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왔었습니다. 다만 운동근육이 마비되면서 속절없이 서서히 굳어가기만 했을 것입니다. 수시로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의식이 떠오르고 침잠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로 의식이 가고 있을까? 노화는 더욱 더 환각과도 같은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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