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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오감도 영문번역집 출간

Washington DC

2002.03.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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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거주 번역문학가 김명희씨, 한인들 지원금으로 출판 성사
 Poem No.1(시 제 1호)
 
 Thirteen children are running down a road.(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A dead-end road is acceptable.: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The first child says he is scared.(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The second child says he is scared.(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烏瞰圖)에서 발췌
 
 일제시대 27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문학작품이 영어로 번역돼 책으로 발간됐다. 워싱턴DC에서 번역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희씨(사진)가 3년 넘게 심혈을 기울인 끝에 펴낸 번역문학서 ‘CROW’S EYE VIEW: The Infamy of LEE SANG, Korean Poet’가 바로 그 화제의 책.

 워싱턴DC 소재 비영리 문학출판사인 THE WORLD WORKS가 3월초 출판한 이 책에는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비롯해 지비(紙碑), 역단, 날개 등 작품 네편이 수록돼 있다. 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간 중간 칼러삽화가 삽입됐으며 책 뒷부분에는 용어해설집격인 ‘TRANSLATOR’S NOTES’가 첨부됐다.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상의 작품을 번역하게된 동기에 대해 김씨는 “대학시절 이상의 작품을 우연히 접한 뒤 그의 작품세계에 빠져버렸다”면서 “언젠가 이상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 세계인들이 감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이상의 작품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에게도 충분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한 수준작으로 확신했었으며 결국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고 말한다. 번역된 시를 감수한 미국인 에디터들이나 삽화를 그린 재니스 올슨 모두 1930년대 한국에서 이같은 현대적 표현을 사용한 문학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게 김명희씨의 설명이다.

 CROW’S EYE VIEW(오감도)가 한국정부나 자선단체의 지원이 아닌 워싱턴 일원 한인들의 후원금으로 출판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오영수·이상남·김수웅·김혜수·문일룡·박윤수·손영환·손목자씨 등 주변 인사들이 김씨의 출판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김씨는 “이상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적절한 표현 하나를 고르기 위해 하루를 꼬박 소비한 경우도 허다했다”고 번역작업의 애로를 토로하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 세계인들이 읽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온 김씨는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심리학과 창작문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19세기 영시(英詩)를 공부했다. 미국무부와 법원에서 프리랜서 통역 겸 번역문학가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한국시를 영어로 번역,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CROW’S EYE VIEW’는 인터넷서점 아마존 닷 컴(www.amazon.com)을 통해 주문할 수 있으며 베데스다의 Writer’s Center (4508 Walsh Street Bethesda, MD 20815)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2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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