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문학 작품이 영어로 번역 출간됐다.
워싱턴DC에서 번역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희씨가 3년여의 작업 끝에 이상의 오감도 영문판 ‘Crow’s Eye View: The Infamy of LEE SANG, Korean Poet’(사진)을 냈다.
워싱턴DC 비영리 문학출판사 월드 웍스(THE WORLD WORKS)가 3월초 출간한 이 책에는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비롯해 ‘지비(紙碑)’, ‘역단’, ‘날개’ 등 4편의 작품들이 수록됐다. 또 이상의 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컬러 삽화가 수록돼 있으며 책의 마지막에는 용어해설집 성격의 ‘역자주(Translator’s Notes)’가 첨부됐다.
난해함으로 널리 알려진 이상의 작품을 번역하게된 동기에 대해 번역자 김씨는 “대학시절 이상의 작품을 우연히 접한 뒤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버렸다”면서 “언젠가 이상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인들이 감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의 작품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에게도 충분한 감동을 불러일으킬만한 수준작으로 확신했었다”는 김씨는 “번역된 시를 감수한 미국인 편집자들이나 삽화를 그린 재니스 올슨 모두 1930년대 한국에서 이처럼 현대적 표현을 사용한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나온 ‘Crow’s Eye View(오감도)’는 한국정부나 자선단체의 지원이 아닌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후원금으로 출판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김씨는 “이상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적절한 표현 하나를 고르기 위해 하루를 꼬박 소비한 경우도 허다했다”고 번역작업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인들이 읽을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70년 미국으로 건너온 김씨는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심리학과 창작문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19세기 영시를 공부했다. 국무부와 법원에서 프리랜서 통역 겸 번역문학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시를 영어로 번역,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지에 소개해왔다.
‘Crow’s Eye View’는 현재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www.amazon.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