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26·캘러웨이)은 한국·일본투어 상금왕을 거쳐 미국 프로골프(PGA) 무대에서도 정상에 오른 '준비된 챔피언'이다.
특히 최종일 4라운드 초반부터 4개의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탄 뒤 9번홀에서 치명적인 더블 보기를 범했지만 종반 16번홀(파5) 극적인 버디로 PGA 첫 승리를 신고했다.
성균관대 출신의 배상문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PGA 코스에 도전했다.
한국 국적만 따지면 최고참 베테랑 최경주(44·SK텔레콤)·양용은(40·KB금융그룹)에 이어 세번째이지만 동포인 앤서니 김(26·나이키골프)·케빈 나(29·타이틀리스트)·존 허(23)까지 포함하면 6번째 코리언 우승자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스코어가 저조한 가운데 배상문은 초반 쾌조의 출발을 나타냈다. 선두 키건 브래들리에 한타 뒤진 2위로 라운딩한 그는 3번홀(파4) 버디로 보기를 기록한 브래들리를 제치고 단독 선두가 됐다. 5번홀(파3)부터 3연속 버디로 격차를 4타로 늘려 쉽게 우승하는듯 했다.
그러나 9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고 두번째 샷도 물속에 빠졌다. 결국 벌타를 받고 2퍼팅으로 더블 보기를 저지르고 10번홀(파4) 보기로 리듬이 끊겼다. 그러나 경쟁자 브래들리도 비교적 쉬운 퍼팅을 집어넣지 못하는 난조로 역전에 실패했다.
16번홀(파5)에서 배는 어프로치샷을 홀 6피트(약1.7m)에 붙여 버디를 잡고 17번홀(파3)서 브래들리가 손쉬운 16피트(약5m )짜리 파퍼트를 실패하며 우승을 예약했다.
18번홀(파4)을 파로 막으며 우승 볼을 갤러리에게 던져준 배상문은 이동환(25·CJ오쇼핑)·노승열(21·나이키골프) 등 후배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배상문은 "그동안 세계랭킹이 추락했 걱정을 했는데 이번 대회 1라운드를 잘 치고 난 뒤 예감이 좋았다"며 "이달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