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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심각한 수은중독

Chicago

2002.04.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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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중 유일하게 상온에서 액체상태로 수증기처럼 기화할 수 있는 신비한 원소. 같은 부피라도 철보다 4배나 되는 중량. 이것이 바로 수은(Hg)이다.

오늘 날 이 수은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주변에서는 온도계·체온계는 물론 형광등을 비롯한 조명기구·전지·의약품·농약·컴퓨터 등 전자제품에도 골고루 쓰인다. 필요물질은 아니지만 플라스틱으로 일컬어지는 각종 페트병의 원료 PCB를 비롯해 염화비닐·페인트 등에도 들어 있다.

독일의 파렌하이트는 열의 크기에 따라 팽창하고 축소하는 성질을 이용해 1724년 수은 온도계를 처음 만들었다.

가로등의 수은등은 수은을 넣은 유리 또는 석영제의 방전광을 이용하는 것으로 니크롬선을 이용한 백열등보다 조도가 10배 이상 높고 수명도 길다.

1980년대부터 본격 이용되기 시작한 수은전지는 일반 전지 부피를 8분의 1 이상 축소시켜 전지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수은은 그 독성이 매우 강해 조심해야 한다. 생체에 과다 축적되면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사지를 뒤틀리게 하고 시야협착증을 유발하며 뇌조직을 파괴한다. 그래서 백약이 무효인 고질적 매독환자에게 최후수단으로 수은치료의 극약처방을 하기도 한다.

산업폐기물을 소각처리할 때와 공장폐수 등으로 배출되는 수은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지난 1953년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켄 해안도시 미나마타에서 집단 발생한 질병이 잘 알려진 사례다.

미나마타병으로 유명해진 이 질병은 당시 일본질소산업에서 무단 방류한 공장폐수 속에 섞인 메틸수은이 수년간 어패류에 축적되고 이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수은에 중독된 것이다.

2천2백여명이 발병해 무려 1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반인 모발의 수은함량이 5~10ppm이었던데 반해 이 지역 환자들에게서는 무려 50~1백ppm이 검출됐다.

최근 일리노이주 공중보건국은 이 지역 강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메틸수은 함량이 위험수위로 임산부나 어린이들의 섭취제한을 권고하는 주의령을 내려 관심을 끌고 있다(본보 미주판 4월4일 3면 보도).

메틸수은은 무기수은이 토양의 화학물질이나 박테리아에 의해 알킬기가 붙은 것으로 무기수은에 비해 10~20배나 독성이 강한 게 특징이다. 세포조직의 아미노산과 결합해 독성을 내고 뇌조직 속으로 들어가 신경을 마비시키며 단백질 형성기전을 파괴한다.

생체 내에 축적되면 체외로 쉽게 배출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은 수은 배출능력이 남성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태아의 경우 성인보다 10배 이상 민감한 것으로 판명돼 더욱 위험하다.

이 때문에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주의령이 내려진 지역 담수어(민물고기)에 대해서 임산부나 1년 내 임신예정자,6세 이하 어린이는 주당 불과 한 조각 크기인 3백40g 이상은 먹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연방환경보호국(EPA)은 더욱 엄격해 임산부는 주당 1백70g, 어린이는 57g 이상 섭취하지 말라고 할 정도다.

주변에 폐수 무단배출이 없는 경우 이같은 독성물질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환경전문가들은 산업폐기물·쓰레기의 소각처리와 화력발전시설에 혐의를 두고 있다. 각종 산업폐기물이나 쓰레기에 포함돼 있는 수은이 소각과정에서는 무려 5백~6백배 정도로 확장농축, 대기 속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눈·비와 함께 다시 하천으로 흘러들어 물고기에 오염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직관형 폐형광 등 1개에서 25㎎정도의 수은이 배출되며 건전지는 크기에 따라 5~50㎎ 이상의 수은이 섞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분리수거, 별도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국안전협회는 2007년까지 무려 5억대의 폐기컴퓨터와 TV모니터 등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추산돼 이들의 안전처리에 묘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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