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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시리즈의 최종판 '비포 미드나잇'

Los Angeles

2013.05.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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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사랑의 아름다운 마무리
1995년, 비엔나에서 벌어진 꿈같은 하루의 사랑을 그렸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 9년이 흐른 2004년, 운명처럼 재회한 그들의 사랑을 보여줬던 '비포 선셋'. 에단 호크가 연기한 제시와 줄리 델피가 연기한 셀린느의 지극히 감성적이고도 달달한 사랑 이야기 '비포' 시리즈는 많은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오랜 기간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다시 9년이 흐른 지금, 이 두사람 사랑의 현재를 보여주는 영화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관객들이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지켜보고 기다리며 보낸 18년의 시간을, 영화는 고스란히 담았다. 제시와 셀린느에게도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새겨졌다.

제시는 수염이 지저분하게 얼굴을 덮고 있고, 셀린느는 얼굴도 푸석해지고 몸에 군살도 붙었다. 영락없는 40대 아저씨, 아줌마다.그래서 관객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 소식을 간만에 듣는 것처럼 반갑게 눈을 반짝이며 영화를 보게 된다.

둘은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부부가 됐다. 쌍둥이 딸도 생겼다. 이들은 이제 연인이라기 보다는 삶의 동반자이자 생활인에 가깝다. 조금은 일상에 찌들어 있던 두 사람에게 그리스에서의 꿈같은 휴가가 주어졌다. 영화는 그 가운데 하루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이 그랬듯, '비포 미드나잇'에서도 영화의 핵심은 수다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떠든다. 서로에 대한 달달한 사랑의 대사가 넘쳐났던 전편에 비해 이번 편에서는 일상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유럽의 낭만적 도시 구석구석을 걸어서 누비며 대화했던 과거와 달리, 두사람이 한 군데에 앉아 끝장을 보듯 다투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려 수다를 떠는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두 주연 배우 에단 호크, 줄리 델피가 함께 각본을 집필한 만큼, 대사는 주인공들의 입에서 차지게 쏟아져 나온다. 대사 속에 담겨있는 일상성도 놀랍다. 촬영 전 7주 동안 영화의 배경이 된 호텔에서 합숙하며 머리를 맞대 완성해 낸 각본의 힘이자, 18년의 세월 동안 띄엄띄엄일 망정 변함없는 충성심과 애정으로 하나의 캐릭터를 뚝심있게 끌어 온 배우들의 힘이기도 하다.

이번 '비포 미드나잇'은 '비포' 시리즈의 최종판이 될 전망이다. 줄리 델피는 이번 영화를 끝으로 배우로서의 활동은 끝내고 극작과 연출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오랜 친구같은 제시와 셀린느에게 이별을 고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이유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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