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날, 셀린느는 제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아름다운 푸른 눈, 분홍빛 입술, 기름 낀 머리. 키는 크고 조금 촌스러워." 정말 그랬다. 애인에게 차인 후 여행을 시작한 미국인 청년 제시, 개강에 맞춰 파리로 돌아가는 학생 셀린느는 조금 촌스럽지만 어리고 풋풋한 20대 청춘남녀 그 자체였다. 그럴 수밖에. 당시 에단 호크는 26세, 줄리 델피는 27세였다.
◆ 비포 선셋
어느덧 제시는 결혼했고, 셀린느의 곁에도 애인이 있다. 9년 전보다 안정되고 여유 넘쳐 보이는 제시. 그와 달리 셀린느는 순간순간 불안해 보인다. 심지어 "이제 낭만은 힘들다"고까지 고백한다. 세월은 두 사람의 순수함과 낭만을 무디게 했다. 그 자리에 채워져야 할 건 성숙함이다.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는 아름다웠던 과거를 되새기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다.
◆ 비포 미드나잇
또다시 9년이 흘렀다. 중년이 된 제시와 셀린느의 얼굴에는 어느덧 살포시 주름이 내려앉았다. 변화한 것은 외모뿐만이 아니다. 늘 달콤한 이야기로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들었던 두 사람의 대화에는 이제 거침없는 폭로와 직설적인 농담이 더해졌다. 그리고 뻔뻔한 제스처까지! 풋풋함은 사라졌지만, 대신 두 사람은 이제 긴 세월을 함께 한 부부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