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기자의 이집트 성지순례]피난온 예수를 기억하며
(6)예수 피난교회
‘예수 피난교회’가 위치한 곳은 지난 번에 소개된 ‘성 마가(마르코) 교회’가 있는 알렉산드리아(구카이로). 거리상으로는 카이로공항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이집트인들사이에서는 ‘성 서지우스(St. Sargius) 교회’라고도 하는데 이유는 건축될 당시인 기원4세기~5세기때 신심이 두터웠던 이집트태생 성도인 서지우스의 이름을 기념해 붙여 불렀기때문.
이 교회는 ‘2살 이하된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라’는 헤로데왕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 요셉이 꿈에서 이집트로 피하라는 계시를 받고 밤새도록 마리아와 갓 태어난 아기예수를 나귀에 태우고 베들레헴에서 피난와 머물렀다는 곳에 세워졌다.(신약성경 마태복음 2장13절~15절). 성가족의 피난 경로는 이스마일리야를 거쳐 나투룬, 알마타리야 등으로 보고 있다. 머문 기간은 수개월 정도. 교회 지하에는 이를 기념, ‘성가족 피신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버스에서 내려 교회를 찾아 들어가는 골목부터가 ‘예수가 죽음의 위협을 피해 피난’한 여정같은 분위기. 역사를 말해주듯 퇴색된 잿빛의 깨어진 자갈돌이 깔린 꼬불하고 긴 약간은 음침한 골목이다.
골목 드문드문 남루한 좌판위에는 녹이 슨(기자가 볼 때) 십자가가 달린 성물을 사라며 불쑥불쑥 손을 내미는 약간은 험상궂은( ) 인상의 이집트 남성 행상들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그러나 성물들이 너무 퇴색되고 녹슬어 전혀 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분위기를 더욱 묘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 골목 한가운데 넓고 화려한 초현대식의 성물 판매소. 대부분 순례객은 이 판매소에서 성물을 구입한다.
그런데도 골목의 행상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좌판의 녹이 슨 십자가들을 가리키며 태연하게 사라고 한다.
이들 행상 사이를 빠져나와 거의 막다른 골목에 교회가 있다. 입구엔 검은 유니폼을 입은 경찰(군인인지 모르겠다)이 철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순례객들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교회안에 들어서니 골목길보다 더 퇴색된 역사의 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낡고 오래된 예배의자들이 놓여 있고 앞에 제단이 있지만 역시 이곳도 ‘성당도 아닌 것이 교회도 아닌 것이’ 이집트 특유의 꼽틱교회임을 알 수 있다.(꼽틱교회에서는 예수의 인(간)성과 신성 중에서 인성만을 인정한다.)
교회 안에는 12개 기둥들이 서 있다. 각 기둥마다 십자가와 예수의 12제자들의 성상이 각각 새겨져 있는데 그중 한 기둥에는 십자가도, 성상도 없다. 이 기둥은 배신자 가롯 유다의 기둥이기 때문. 고개를 들어 벽을 쳐다보니 예수님 탄생의 모습과 빵과 생선으로 수천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나타내는 커다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교회에서는 지금도 일요일마다 이집트의 꼽틱교인들이 모여 주일미사를 본다고 한다. 한번 그들의 예배 모습을 보고 싶다. 어떻게 다른지.
교회 한쪽으로 나있는 어둡고 음침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니 제단이 있고 그위에 성모와 요셉, 그리고 예수의 피난처였음을 상징해주는 촛불이 켜져 있고 뒤에 성모 마리아 모습의 성화가 놓여 있다. 이곳이 바로 예수 피난을 기념하는 ‘성가족 피난장소’.
그러나 입구쪽에서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제단 가까이까지 접근하지는 못하고 먼 발치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한마디로 교회 전체분위기가 정말 ‘피난처’ 같다. 어둡고 낡고 퇴색되어 무겁다. 헤로데를 피해 밤새도록 고생하며 멀고 먼 이곳까지 고달프게 피난온 아기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모녀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하는 요셉의 심정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원대한 꿈을 펴기위해 자발적으로 미국에 와도 도착한 타국에서의 첫날밤은 ‘막막한’ 법인데.
문득 예수의 가족도 우리들처럼 이민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왜 이제껏 생각지못했나 싶다. 이제 순례를 끝내고 LA ‘현실’로 돌아가 문득문득 이민살이가 고달파질 때 이집트에서 피난와 살았던 예수와 성스런 그 가족을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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